잡스처럼 입어야 “패셔너블”…놈코어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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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잡스처럼 입어야 “패셔너블”…놈코어의 시대 ‘튀지 않는’ 평범함 속에 묻어나는 자신만의 ‘특별함’

기사입력2015-05-29 10:00

윤주희 기자 (jooheey15@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놈코어 스타일의 정석을 보여준 故 스티브 잡스 <사진=위키피디아>

2015년 패션 트렌드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놈코어’이다. 놈코어란 평범함을 뜻하는 노멀(Normal)과 핵심을 뜻하는 코어(Core)의 합성어로, 평범하고 편안해 보이지만 그 안에 자신만의 색깔이 묻어있는 옷차림을 말한다. 미국 뉴욕의 트렌드 전망기관인 케이홀은 놈코어에 대해 ‘다르지 않음에서 오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태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놈코어 스타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애플의 CEO였던 故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면 된다. 그가 보여준 검은색 터틀넥 티셔츠와 물 빠진 청바지, 흰색 양말과 뉴발란스 운동화의 조합은 놈코어 패션의 정석으로 통한다. 헐렁한 바지에 셔츠를 즐겨 입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평상복 차림도 놈코어 스타일로 볼 수 있다.

두 유명인사의 옷차림에서 볼 수 있듯, 놈코어 패션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특별함이 묻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편안하고 실용적이지만 입은 사람의 개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놈코어 스타일을 가리켜 ‘안 꾸민 듯 꾸민’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옷차림을 연출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소재는 입었을 때 편안한 것으로, 색깔이나 패턴은 화려하지 않은 것으로 고르면 된다. 공상과학 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자신의 책 <패턴인식>에서 놈코어 스타일을 가리켜 “검정 티셔츠에 회색 브이넥 스웨터, 펑퍼짐한 검정 리바이스 청바지”라고 묘사한 바 있다.

아마 어떤 이들은 자칫 후줄근해보일 수도 있는 이런 옷차림이 유행하는 게 의아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패션잡지 <보그> 5월호는 “사시사철 새로운 스타일과 색상으로 자신을 바꿔야 하는 현 패션 시스템에 대한 회의가 놈코어 스타일을 유행시켰다”고 분석했다. 많은 사람들이 ‘남들과는 다르게’를 외치는 데 지쳤다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있다면 굳이 힘겹게 외모를 가꾸고 치장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놈코어 패션의 인기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