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이 없는 공산품’에서 자아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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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원본이 없는 공산품’에서 자아 찾기 [그림을 읽다:Rising Artist] ㊱ 이경복 작가

기사입력2015-06-03 10:30

이유미 객원 기자 (kissgallery@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P-gure2Urethane paint on canvas-180x150cm-2014

이경복 작가는 개인 공간들의 물건, 즉 사적 소유물을 통해 개개인의 정체성과 시대성을 이야기해오고 있다. 앞뒤가 없이 어지럽게 놓여 있는 물건들은 마치 무중력 공간속의 사물을 표현한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물건의 순서도, 중요성도 강조하지 않는 작품의 단순 배치식 구성은 그저 소유주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의 방’이라는 제목처럼, 물건들은 한 방에서 쏟아져 나옴직한데, 이는 처음에는 단순한 공산품에 불과했던 것이 누군가의 소유물이라는 범주에 속하게 된 것들이다. ‘극히 개인적인 것이 가끔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작가는 ‘정체성’(identity)이라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C’s room urethane paint on canvas 60 x 60cm 2013

“나는 개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 줄 수 있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개인의 방안에 있는 물건들이라 생각한다. 개인의 취미로 선택되어 소유하는 물건과 타의에 의해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이 합쳐져 한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중략) 작업의 재료는 공업용 페인트이다. 이는 현시대의 방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의 대다수가 공산품이며 적어도 공산품의 80~90%가 공업용 페인트로 도장되어 있다. 이런 물건들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공업용페인트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작품에 표현된 물건들의 연관성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으며 개개인의 정체성 안에서 그 시대의 사회성과 시대성을 알고 그 안에서 나 자신의 정체성 또한 알아가기 위한 작업이다.”(작가노트 중)

최근 이경복 작가는 P-gure(plastic figure) 시리즈를 통해서 보다 넓은 관점으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데, 흔히 알려진 유명 조각품을 대량생산된 플라스틱 제품처럼 표현한 작품들이다. 이는 ‘원본이 없는 공산품’으로 ‘현 시대성을 대표하는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개개인의 정체성이 반영된 시대정신을 공산품 속에서 발견해 내려는 작가의 의욕적인 시도가 팝아트의 외연을 넓히는 듯해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