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배출권 거래 ‘0’ 할당량 많나 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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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온실가스배출권 거래 ‘0’ 할당량 많나 적나 업계 과소할당 주장에 “계획보다 추가” 반박…EU는 과다할당 몸살

기사입력2015-07-16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단위: 톤 <자료=한국거래소>

지난 1월부터 한국거래소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가 시작됐다. 그러나 거래량은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원인에 대해서도 정반대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가 시작된 첫날인 1월12일의 거래량은 1190톤, 거래대금은 974만원이었다. 이후 같은 달 16일까지 간헐적으로 거래가 이어졌으나 이후 7월15일 현재까지 거래량은 0이다.

배출권거래가 전무한 원인은 두 가지로 예상해볼 수 있다. 시장에 배출권이 과다할당된 경우 또는 과소할당된 경우다. 배출권이 과다할당되면 남은 배출권을 팔겠다는 기업만 있을 뿐 사야 하는 기업이 없게 된다. 반대로 과소할당된 경우에는 사겠다는 기업만 있을 뿐 팔겠다는 기업이 없게 된다. 어느쪽이건 배출권을 사고 팔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현재 시장에 배출권이 과다할당된 것인지 과소할당된 것인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배출권 거래가 전무한 상태에서 가격변동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단위: KAU <자료=환경부>

그러나 산업계는 배출권이 과소할당됐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석유화학 84개, 철강 40개, 발전·에너지 38개 등 525개 업체를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했다. 이후 지난 2월 석유화학업체를 시작으로 철강, 비철금속, 시멘트 업계의 기업 다수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결같은 주장은 배출권 할당량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지난해 계획을 보면, 배출권 거래제 1차 계획기간인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할당할 배출권의 총량은 16억8700만KAU다. KAU(Korean Allowance Unit)는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권 명칭으로 1KAU를 온실가스 배출량 단위로 환산하면 1톤CO2-eq(이산화탄소상당량톤)에 해당한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이산화탄소 1톤어치라고 보면 된다.

이중 3년간 기업에 직접 할당되는 양은 15억9800만KAU이며, 8882만KAU는 정부가 예비분으로 보유하다 계획기간에 추가할당한다. 연도별로는 2015년 5억7346만KAU에서 2016년 5억6218억KAU, 2017년 5억5091만KAU로 할당량을 조금씩 줄여나갈 예정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15일 개최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바로 알기 세미나’ 제4차 ‘과대할당 vs 과소할당’에서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최광림 실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이 과소할당됐다며, “산업계는 에너지 고효율 기달성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상,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충분한 할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자료=‘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바로 알기 세미나’ 자료집>

실제로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은 업계신청량인 20억2100만톤에 비해서는 4억2300만톤이 적게 할당됐다. 최 실장은 이에 덧붙여 한국산업의 에너지 효율이 전세계 최고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반도체산업에서 한국의 에너지효율을 100으로 놓으면 일본은 101, 대만은 117, EU는 132, 미국은 202에 달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에너지효율이 더 높고 최근 온실가스도 이미 감축했기 때문에, 추가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는게 산업계 주장의 요지다.

반면 기후변화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배출권이 과다할당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배출전망치를 정하고 여기서 일정량을 감축하기로 국가목표를 정한 뒤, 배출권을 그에 맞게 할당하는 방식을 취했다. 여기서 배출전망치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됐다는 것이다. 배출전망치에는 기업들의 예상성장률이 반영되는데, 안 소장은 “기업 특성상 예상 성장률은 실제 성장률보다 높게 전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근거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 최근 3년 동향을 분석한 결과 기업의 매출액 전망치가 실제 실적보다 평균 13.4% 과대 예상됐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안 소장은 배출권 할당량이 2014년 1월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보다 5800만톤, 환경부 계획안보다는 2300만톤 추가할당된 점도 지적했다.

또 실제로 과다할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EU의 사례를 들며 “배출권 과소할당의 가능성은 없으며, 제도의 실효성을 위협하는 요인은 과다할당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EU는 배출권 과다할당으로 인해 배출권 가격이 폭락했다. 결국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할당과 판매 예정이던 배출권 물량을 2019년 이후로 지연배정하기로 했다.

안 소장은 배출전망치에 기초해 배출권 양을 배정하는 현행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국가감축목표를 절대량 기준으로 전환해 거래제 대상 기업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