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구조조정 “中企 옥석가리기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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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한계기업 구조조정 “中企 옥석가리기 관건” 부실 대상 2800여곳…일시적 경영애로·대기업 거래 중기피해 우려

기사입력2015-11-18 00:00

정부가 이른바 ‘좀비기업’ 정리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계기업’으로 불리는 좀비기업은 은행 등 금융권 대출에만 의존해 연명하는 기업을 가리킨다.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미만인 바꿔말해, 영업활동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잠재적 부실기업을 의미한다.

경제계에서는 정상적인 기업으로 흘러가야 할 자금의 흐름을 왜곡하는 암적 존재로 여기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현재 채권단으로 하여금 이 기준을 ‘3년 연속’에서 ‘2년 연속’으로 강화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가려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의 입장만 고려, 옥석가리기에 소홀해 질까 우려하고 있다. 자칫 1997년 외환위기(IMF), 2009년 금융위기에 이어 ‘제3의 구조조정’이 올 수 있다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영업이익 2년 연속 마이너스인 기업

<자료=중소기업연구원>

◇18%가 한계기업, 여가관련 서비스업 비중 커=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이 외부감사를 받는 주식회사를 대상으로 한계기업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은 2817개, 대기업은 569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각각 5.1배(547개), 2.6배(213개) 증가한 것이다.

업종별 한계기업 수를 살펴보면 제조업이 1145개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부동산·임대업(709개), 도·소매업(320개), 건설업(231개), 운수업(210개), 여가관련 서비스업(195개) 등이다.

하지만 비중으로 따져보면 여가관련 서비스업이 2곳 중 1곳(51.3%)으로 한계기업 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사업시설관리업(44.0%), 부동산·임대업(38.2%), 금융·보험업(38.1%), 숙박·음식점업(34.4%)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조업(11.8%)과 도·소매업(13.8%)의 비중은 양호한 모습이다. 전체 기업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은 18.1%로 분석됐다.

업종별 한계기업

<자료=중소기업연구원>

◇부채규모 10년새 6배 급증=중소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정상·한계기업 모두 대기업에 비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경우 정상기업은 2014년말 기준 38.6%인 반면 한계기업은 67.7% 수준이었다.

특히 한계기업의 부채 규모는 2003년 290억원에서 2014년 1760억원으로 6.1배나 급증했다. 이들 기업의 평균 부채 규모는 대기업이 2억400만원, 중소기업이 4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의 은행대출 비중은 1~3등급의 고신용 기업에서 점차 증가추세를 보이며, 4~7등급 중신용 기업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신용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신용등급별 은행대출 비중

<자료=중소기업연구원>

◇선제적 구조조정 신호탄인가=정부는 올 연말까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별하는 ‘기업 구조조정 추진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금융감독위원회는 제3의 기구라 할 수 있는 ‘유암코(UAMCO)’ 내에 기업구조조정본부와 구조조정자문위원회를 두어 중소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선의의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거나, 또 일시적 경영상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이 한계기업으로 분류돼 시장에서 퇴출될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기업까지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 한 관계자는 “벤처기업이나 신생기업은 2~3년 이상은 매출없이 투자받은 자금을 써 가며 버티는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며 “자구노력으로 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에 여신회수, 한도축소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면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연구원 신상철 선임연구위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자의 입장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자칫 옥석 구분이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며 “중소기업 퇴출시 채무재조정 및 추가 신용공여를 통해 실패 기업인이 건실하게 재기할 수 있는 환경 기반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중소기업 워크아웃제도는 대출만기 연장 등 소극적 방식으로 진행돼 온 측면이 있다”면서 “점차 축소되고 있는 중소기업의 직접금융 조달 비중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