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기간 끝났는데 보증금 돌려받지 못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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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임대차 기간 끝났는데 보증금 돌려받지 못했다면 임차권등기명령제도 활용을…임차권도 등기가 가능하다

기사입력2018-07-03 09:52

김광호 객원 기자 (kimpyeon@seoulbar.or.kr) ㅣ다른기사보기

법무법인 자연수 김광호 변호사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차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간단한 문제임에도, 실무상 상당히 많이 발생하는 상담이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했다면,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계속 거주하면서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소송을 해 판결을 받은 후, 경매 혹은 임대인의 다른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해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다.

문제는 사정상 살던 집을 나와 이사를 가야하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실제 임차인이 아파트에 당첨이 돼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었고, 이사할 집의 잔금은 대출로 해결할 수 있는데 주민등록을 이전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상실되니 이에 대한 해결을 요청한 사례가 있었다.

아무런 조치 없이 주택을 나오게 되면 세입자 보호를 위해 법에서 주어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하게 된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한다는 것은 임차주택이 제3자에게 이전하거나 경매로 넘어갈 경우 임대인 이외의 제3자에게 우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임차권등기명령제도다. 임차권등기명령제도란 임대차가 종료된 후 임대차보증금이 반환되지 아니한 경우에 임차인에게 단독으로 임차권등기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유롭게 주거를 이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신청요건으로는 ‘임대차의 종료’와 ‘보증금이 반환되지 아니한 경우’ 두 가지다.

임차권등기명령제도란 임대차가 종료된 후 임대차보증금이 반환되지 아니한 경우에 임차인에게 단독으로 임차권등기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유롭게 주거를 이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신청서는 법원에 비치된 양식과 작성례에 따라 기재해 제출하면 되는데 임차한 주택의 등기부등본, 임대차계약서, 주민등록등본(초본) 등이 필요하고 인지대와 송달료 등의 수수료는 신청서 접수시 함께 제출하면 된다. 접수한 법원에서 서면심리 후 임차권등기명령을 임대인에게 송달해 그 효력이 발생하면 관할 등기소에 지체없이 촉탁서를 송부하고 등기관은 이를 등기하게 된다(본인이 직접 할 수도 있지만, 임차권등기명령은 법무수수료가 비싸지 않으므로 법무사나 변호사 사무실에 의뢰하는 것이 간편하고 실수가 없다).

임차권등기명령이 이뤄지면, 임차인이 기존에 취득한 대항력 또는 우선변제권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된다. 임차권등기 이후에 주민등록을 이전하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 또는 우선변제권을 상실하지 않는 것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을 한 이후에는 이사를 갈 수 있고, 일반적으로 임대인의 임차보증금 반환 의무와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이지만, 임차권등기를 한 경우에는 임대인의 임차보증금 반환 의무가 임차인의 임차권 등기 말소 의무보다 먼저 이행해야 하는 의무가 된다.

임차권등기명령의 후속조치로, 임차인은 임대인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은 후 임대차목적물 또는 임대인의 다른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또 임대차목적물에 관해 강제경매를 신청한 경우에는 임대차계약 당시의 순위에 따라 배당을 받을 권리가 생기게 된다.

임대차계약이 만료돼 이사를 가야할 사정이 있는데,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받지 못한 경우 임차인의 법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사를 갈 수 있는 방법이 임차권등기명령제도이므로, 혹 위와 같은 사례가 발생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것을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