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도매시장법인 독과점, 밥상물가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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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농산물 도매시장법인 독과점, 밥상물가 올려” 등록제 도입하고 시장도매인제 확산해, 유통구조 개혁해야

기사입력2024-08-28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내 전체 농산물의 50% 이상이 공영도매시장에서 경매제도를 통해 유통되고, 이러한 공영도매시장을 운영하는 소수의 도매시장법인이 시장을 독과점하며 밥상물가를 올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혁우 배재대학교 교수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와 농민의길, 한국YWCA연합회, 사단법인한국마트협회 등이 공동주최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의 독과점 폐해 혁파를 위한 토론회’에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하의 농수산물도매시장 거래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미 오랫동안 이뤄진 우리 사회의 모순구조이며,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통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수 도매시장법인이 독점=농산물도매시장은 농안법에 의해 구조화된 전형적인 정부설계 시장으로 1985년 개장한 서울가락시장을 포함해 전국에 32곳이 있다. 상장거래(경매) 방식을 통해 전체 생산 농산물의 50% 이상이 공영도매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농안법 하에서 농수산물 유통은 ‘생산·출하자-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소매업자-소비자’로 이어지는 시장구조를 형성해 왔다. 이 과정에서 각 경제주체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특히 도매시장법인(수집), 중도매인(경매낙찰 후 분산)은 각각 해당 역할에서 배타적 사업권을 인정받는 구조로 경쟁제한성이 매우 높다.

지난 30년간 경매제 중심의 유통체제가 굳어지면서, 농수산물 가격 변동성이 여전히 높고, 도매시장법인의 과도한 수익 창출과 독과점 구조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대형할인업체 등 출하자와 직거래 하는 경우, 유통비용이 거의 0인데 반해 농안법 구조는 유통단계 마다 유통비용이 추가되는 구조이며, 도매시장법인은 재지정을 위한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사실상 재지정을 통해 새로운 법인이 신규 진입하는 경우는 전무하고 기존업체가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과정 불법행위 발생=또한 경매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록상장, 허위상장 등 불법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신뢰성이 훼손된다고 했다. 기록상장은 실제로는 중도매인이 산지에서 집하한 상품인데 경매과정을 거친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것을 말하며, 허위상장은 실제 출하된 농산물이 없는데도 매매가 이뤄진 것처럼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더구나 의무수매, 경매거래 특징으로 시장에서의 출하량 조절기능이 작동하지 않아서 가격진폭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예를들어 한 밭에서 생산된 같은 질의 감자 한 박스가 A, B, C 경매회사에서 7000원부터 3만2000원까지 낙찰되는 등 신뢰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산지-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소매인’으로 농수산물이 이동되는 과정에서, 상하차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며, 직거래에 비해 유통시간이 더 길게 소비돼 농수산물 가치에 가장 중요한 신선성이 훼손된다는 문제도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공영도매시장 체류시간이 길어지면서 폐기물 발생량도 증가한다. 가락시장의 경매거래 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8549톤, 거래물량 대비 폐기물 발생비율은 0.37%, 강서시장의 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671톤, 거래물량의 0.19%다.

◇등록제, 시장도매인제 확산=이 교수는 그동안 정부는 도매시장법인 평가, 겸영허가, 시장도매인제도 등 그때그때 대증적 대책만으로 대응했을 뿐 근본적인 대응에는 실패했다며, 그마저도 가장 실효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시장도매인제 확산을 통한 거래방식 다양화는 답보상태라고 진단했다. 농산물 도매시장 구조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서는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소매업-소비자로 이어지는 농산물 유통구조의 혁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안법 구조가 도입되고, 가락시장 설립을 통한 대규모 도매시장 설치와 이를 통한 농수산물 분산기능을 도입했던 시기인 1980년대, 1990년대와 현재는 대형할인마트, 농협, 생협 등 생산자 단체, 직거래를 통한 유통 등 유통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따라서 이 교수는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등 독점구조를 타파하고 지정제가 아닌 등록제 등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각각의 역할에 있어서도 도매시장법인 수집과 경매, 중도매인의 분산 등과 같이 엄격하게 구분한 거래구획도 허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도매인제도의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강서도매시장에서 일부 운영되고 있는 시장도매인제도는 농산물 매매중개 및 직접도매업을 하는 법인으로 농민이 직접 시장도매인에게 물건을 판매하고 시장도매인이 소매상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시장도매인의 거래는 생산자인 농민과 시장도매인 간의 가격 조정이 가능한 만큼 농가는 경매제보다 안정적인 가격을 수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유통단계 축소로 인한 합리적 가격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농안법이 간소화되고, 특히 경직적 업역구획과 인위적 독점이 해소되면, 지금까지 도매시장 관리를 위한 제도와 그 운용을 위한 자원, 여기에서 발생하던 불법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투입자원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