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중소기업과 외국인 유학생 연계 필요하다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지방 중소기업과 외국인 유학생 연계 필요하다 상생형 산학연계 프로그램, 취업비자 요건 완화 등 정책 지원을

기사입력2024-10-21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인구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인력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우리나라에 취업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외국인력 정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표한 ‘생산인구 부족 극복을 위한 외국인 전문인력 활용 확대 방안’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체류 외국인은 250만명을 넘었고, 외국인 취업자 수도 92만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 취업자의 대부분은 비숙련 근로자가 차지했으며, 전문인력 취업은 정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취업자 중에는 비전문취업(E-9)과 방문취업(H-2), 재외동포(F-4) 등 비전문 분야가 다수를 차지한다. 비전문취업과 방문취업은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어업, 요식·가사·간병 등 단순 노무로 취업범위가 제한된다.

외국인 전문인력은 2022년까지 4만명 수준으로 정체돼 있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6만명을 넘었지만, 이는 정부가 숙련기능인력 연간 쿼터를 기존 2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확대하고 전환요건을 크게 완화한 숙련기능인력 쿼터 확대에 따른 것으로, 전문인력(E-7-1)은 답보 상태다.

◇외국인 유학생 노동시장으로 유입을=보고서는 외국인 전문인력은 기술·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 최근 우리나라는 생산인구 부족 현상으로 인해 전문인력 유치의 필요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외국인 유학생은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고소득 국가는 전체 학생의 10% 이상이 외국인 유학생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유학생 유입 비율은 4.4%로 주요국과 비교해 낮은 편이지만,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유학생 유입 비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지난 10년 동안 약 11만명 증가해 19만명을 돌파했으며, 석·박사도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과 일본 등은 생산 현장 인력난이 심화되자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고 외국인력 비자 요건을 완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외국인 유입 정책을 시행 중이다. 독일은 지난해 전문인력 이민법을 개정해 새로운 구직 비자를 신설하고, 전문인력 취업 비자의 요건을 크게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 또한 유학생이 근무 가능한 직종 제한을 완화하고, 전공과 업무 유관성을 유연하게 판단하기로 하며 취업 관문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일·일본과 유사하게 제조업 기반이 크고, 인구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만큼 두 국가의 정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유학생 졸업후 한국 취업 희망=통계청의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커리큘럼·전공 등 학교에 대한 호감도는 크게 증가하고 있었지만, 취업으로의 연계는 아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학교 노태우 교수팀이 국내 재학 중인 유학생들의 우리나라 기업 취업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77.9%는 한국 기업에 취업할 의사가 있었다. 또 졸업 후의 희망 진로 1순위로 한국 기업 취업과 한국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다. 유학생들이 한국 취업을 희망하는 이유는 ▲높은 연봉수준 ▲한국에 계속 거주 가능 ▲향후 본국 이직 시 유리 등이었다.

또 60% 이상의 응답자가 특별히 대기업·선호업종·선호직무 등을 고수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 우리 중견·중소기업으로의 취업에도 전향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학생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수도권이 압도적이었지만, 연봉·복지 조건 충족 시 비선호 지역으로 취업하겠다는 응답이 74.4%로 과반수 이상이었다.

취업 중 애로사항으로는 외국인 채용 기업 부족, 취업 준비방법 어려움 등이었으며, 유학생들은 채용공고에 외국인 채용 여부 기재 등 정보 제공을 강화하고 외국인 직원 적응시스템 구축, 주거 지원, 취업자 네트워크 구축 등의 정책 지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내 기업, 외국인 근로자 채용에 만족=우리나라 기업들 또한 외국인 전문인력 고용 의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의 무역업계 외국인 인력 활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과반수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 경험이 있었으며, 대다수가 만족(82.1%)을 표시했다. 또한 일반 외국인 근로자 채용 의사(34%)보다는 한국 학부를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 채용 의사(51.3%)가 더 높게 나타났다.

대다수 기업은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어 능력 수준이 낮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숙박비·식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해 부담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국인 전문인력의 연봉수준이 내국인 대비 낮을 것을 기대하는 기업이 전체의 67.1%를 차지해, 유학생들의 60.8%가 본국 대비 높은 수준의 연봉을 기대하는 것과 차이가 있었다.

기업들은 유학생 등 인력정보 제공, 정확한 한국어 능력 책정 및 교육, 숙식비 등 추가 비용 부담 절감 등의 지원책을 희망하고 있었다.

◇외국인 유학생과 지방소재 기업 매칭을=보고서는 특히 한국어에 상대적으로 익숙하고 한국 문화를 습득한 외국인 유학생을 노동시장으로 유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유학생 활용을 위해서는 지방 소재 기업과 대학이 협업해 지역 상생형 산학 연계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는 대구에 소재한 영진전문대학교의 해외 현지형 국제 주문식 교육을 참고할 만하다. 영진전문대학교는 국내 847개사와 해외 136개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산업체의 주문을 받아 맞춤형 교육을 시행한 후, 졸업과 동시에 주문 산업체로 취업하도록 하고 있다. 인구 소멸이 심각한 지방을 중심으로 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해당 과정 졸업시 지역 기업으로 취업 연계 및 거주 비자를 발급하는 것도 제안했다.

유학생의 취업비자 요건 완화도 필요한 과제라고 했다. 유학생이 졸업을 하고 취업하려면 통상 특정활동 비자 취득이 필요하지만, 직종 제한이 있고 임금 요건이 높아 유학생이 활용하는데 제약이 있다. 유학생이 졸업 직후 전문인력에 해당하는 E1~E7 자격으로 전환한 숫자는 전체의 6%인 1360명에 불과하다. E1~E6은 교수, 변호사, 회계사 등 특정 자격을 취득했거나 정부·기관 등의 초청을 받은 연구자 및 예술활동가로, 통상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은 재학 중 ‘시간제 취업 허가’ 규정이 있어, 기업 인턴·단기 계약 등 취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활동에 제약이 있다. 유학생은 재학 중 다양한 인턴 활동을 통해 취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며, 기업 역시 한국 기업 근무경험이 있는 구직자를 선호해 인턴 등의 시간제 취업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이와 더불어 외국인 유학생 대상 종합정보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학생과 기업은 모두 정보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특히 부처별로 다양한 정책과 비자 현황을 따라가기 어려워 종합적인 정보 제공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유학생과 기업 모두 신속하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종합정보플랫폼을 구축하고, 영어·중국어·베트남어 등으로 업데이트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