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대공간 화재 안전…‘골든 타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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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지하 대공간 화재 안전…‘골든 타임’ 잡는다 화재 감지하고 초기 진압하는 중기 기술…건축소방방재산업전

기사입력2025-02-24 13: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키퍼(the keeper)의 온도 상승 감지기. 차량 배터리 온도 상승을 감지해 물을 분사함으로써 골든타임을 딜레이 시키는 효과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수백, 수천대의 자동차가 한 공간에 있는 지하주차장에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번질 위험이 높다. 지하라는 특성상 대규모 연기가 발생하기 쉽고, 공기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인명사고 발생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초기에 화재를 진압하는 기술이 중요해진다. 건축법상 ‘거실’로 구분되지 않는 지하주차장은 제연설비, 보행거리 기준, 방화구획 등 법적인 사항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기술로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건축법상 거실은, 건축물 안에서 거주, 집무, 작업, 집회, 오락 등의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모든 방을 말한다. 주차장은 주목적이 차량을 주차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실에서 제외돼 있다.

지난 19일부터 4일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한 건축소방방재산업전에는 지하 대공간의 화재 안전성 확보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특히, 나날이 발전하는 건축기술과 달리 제자리 걸음에 그쳐있는 소방시설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해 신기술을 내놓은 중소기업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전기차가 무섭다?…“지하공간 화재 위험성에 초점 맞춰야”

“최초에 불이 난 원인이 전기차였다는 이유로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화재로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이 화재는 지하주차장 혹은 지하의 대공간에서 화재가 났을 때 이렇게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는 게 맞습니다.”

‘지하 대공간 화재 안전 컨퍼런스’ 현장 ©중기이코노미

킨텍스 회의실에서 진행한 ‘지하 대공간 화재 안전 컨퍼런스’에서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이영주 교수가 지난해 발생한 인천 청라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를 예로 들며, ‘건축물의 지하공간 구조 특성과 화재 위험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러며 그는 “최초에 불이 났던 차량이 전기차가 아니라 휘발유차, 디젤차였다면 이렇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까요?”라며, 참석자들에게 되물었다. 이영주 교수는 “피해는 똑같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발화원은 전기차였지만, 이 공간에 스프링클러 등 자동소화장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주차장 상층부에 있던 여러 가지 케이블류가 피해 확산을 키웠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피해는 똑같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방청 화재예방국 분석제도과 정홍영 제도계장 역시 컨퍼런스에서 ‘지하주차장 화재안전 정책 및 제도 개선 방향’을 설명하며 이 점을 꼬집었다.

정홍영 제도계장은 “대부분의 지하주차장에 건식 또는 교차 회로방식의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 설비가 설치돼 있지만, 오동작 등으로 인한 연동 정지, 밸브 내 덮개 고착 등으로 화재 시 정상적으로 방수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모든 지하주차장에는 감지 및 작동이 빠른 습식 스프링클러 가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비상 경보설비 및 단독 경보형 감지기에 대한 중요성도 피력했다. 이에, 자동화재탐지설비 규정을 소규모 대상물로도 확대해 비상 경보설비를 설치하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소화 관련 기술은 왜 제자리일까…아이디어로 무장한 중기

파이어버스터의 동시동작형 밸브가 설치된 모습 ©중기이코노미

지하공간에서의 화재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소화장비는 불이 나기 전 화재를 미리 감지하고, 초기에 진압을 도울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골든타임을 잡지 못하면 최첨단으로 무장한 화재 진압기술도 못 당해내기 때문이다. 이에 실제 업계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을 중기이코노미가 만나봤다.

파이어버스터(FIREBUSTER)는 기존 스프링클러의 단점을 보완한 ‘동시동작형 밸브’를 들고 나왔다. 이 회사의 김승연 대표는 “지하주차장에는 폐쇄형 헤드가 각각 설치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불을 끄기 위해 소방차가 출동해 보면 위쪽의 헤드만 동작하고, 아래쪽에 있는 헤드는 안 터지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뜨거운 열기가 위로 올라가다 보니 위의 헤드만 터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의 헤드와 아래의 헤드가 만나는 지점에서 제어할 수 있도록 보완해 개발했다”며, 소방관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개발한 제품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스프링클러 헤드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신뢰성을 구축한 설비이지만, 변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며, “건축물은 나날이 발전해 가는데, 소방설비는 그대로다. 변화하는 건축물에 맞춰 소방설비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의 수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시스템을 수평으로 가져오면 지하주차장의 넓은 면을 한 번에 끌 수 있다. 기존에는 차량 위의 헤드 하나만 터지고, 불이 번지면서 연쇄적으로 터지는 방식이었다면, 파이어버스터의 제품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화재 초기에 불을 끌 수 있다.

이 제품은 201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국제발명대회에서 1등을 수상할 정도로 국제무대에서 관심을 받았다. 2017년에는 행안부 장관상, 2018년에는 국토부 장관상을 받았고, 이후 건설기술연구원과 5년간 화재 실험 등을 거쳐 올해부터 상용화를 위해 준비 중이다.

153에너지 오재일 대표가 주수관창을 시범 보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발화가 된 자동차에 직접 물을 뿌림으로써 초기에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장치도 관람객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153에너지는 자동차 하부에 쉽게 진입함으로써 수막을 형성해 불길의 확산을 방지하고, 온도를 내려주는 효과가 있는 ‘주수관창’을 들고 나왔다.

이 회사의 오재일 대표는 “우리나라 화재 통계를 보면, 열폭주가 나는 상황은 5% 내외로, 대부분은 불이 크게 번지기 전에 막으면 진압할 수 있다”며, “이동형인 주수관창을 보관해 뒀다가 화재가 감지되면 차 아래에 집어 넣어 직접적으로 물 압력을 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의 경우 불이 연쇄적으로 뻗어나가서 문제가 된다. 이 주수관창은 소화전 압력이 직접적으로 수막을 형성해 다른 차량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며, “상하, 좌우 등 확장형으로 모든 차량에 쏴주는 기술로 2024년 특허도 획득했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연기감지기와 불꽃감지기보다 2~3분 빠르게 감지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소화할 수 있는 장비도 눈에 띄었다.

티비티 비전사업본부 화재감시팀장 박상규 부장은 “연기감지기나 불꽃감지기들은 발원이 된 후, 어느 정도 진행이 돼야 감지된다. 연기감지기의 경우 최소 2분, 불꽃감지기는 불꽃이 커져야 감지된다”며, “이 열화상카메라는 표면온도를 직접적으로 측정해 주기 때문에 수초 내로 감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한 화재 담당자가 모니터로 영상을 실시간 볼 수 있기 때문에 오탐 확인을 위한 시간도 아낄 수 있다. 즉, 발화가 됐을 때 통보가 되고, 발화 기준으로 4~5분 내로 소방차가 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 화재 방지에 탁월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감지 온도는 70℃, 120℃, 150℃ 등 자유롭게 세팅할 수 있어, 여름철 80℃ 이상의 태양열을 머금은 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올 경우에 대비해 오탐률을 줄일 수도 있다고 했다.

박상규 부장은 “현대백화점 전기차 주차장과 관공서 전기차 주차장, 민간 아파트를 비롯해 골프장 등에 설치돼 있다”며, “특히 물류창고의 경우 상품들이 곳곳에 나열돼 있어 스프링클러가 동작해도 소용없는 경우가 많은데, 박람회에서 우리 제품을 본 대형 물류창고 관계자들이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