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산에 휘청…돌파구 찾는 K-뿌리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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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값싼 중국산에 휘청…돌파구 찾는 K-뿌리산업 소재·복합재료 산업의 미래 가능성…K-Mtech 2025

기사입력2025-03-17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노자드의 3D 프린팅 제품 예시 ©중기이코노미

금형, 용접, 소성가공, 열처리, 표면처리 등의 공정기술은 우리 제조업의 근간이자, 뿌리산업의 핵심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산의 글로벌 경쟁력이 눈에 띄게 강세를 보이면서 우리나라 기초산업이 위협받고 있다. 저렴한 데다 품질까지 우수해진 중국산 수입재가 이미 우리 산업계 곳곳에 자리 잡았고, 그 영향력이 세계로 무섭게 뻗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살길은 단 하나, 인재를 발굴해 혁신하는 것이다. 지난 11일부터 4일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 소재·복합재료 및 장비전(K-Mtech 2025)에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한국 중소기업의 저력을 볼 수 있었다. 중국산의 위상이 예전보다 높아진 지금의 상황에서 혁신을 거듭하며, 뿌리산업계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기업을 중기이코노미가 만나봤다.

우리만의 기술을 개발해 ‘틈새시장’을 노린다

3차원 물체를 만들어내는 3D 프린터는 현재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지 못하고, 뒤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기계공학·금속공학자들의 기초기술 개발이 부족했고, 캐즘(Chasm, 혁신기술이 대중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정체되는 현상)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국내 3D 프린터 장비시장은 중국산이 장악한 지 오래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산 3D 프린터의 강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일등 공신은 가격이다. 미국과 유럽산의 가격은 중국산의 3배에 달하고, 소재값은 중국산이 미국, 유럽산의 1/4 가격밖에 되지 않아 무섭게 치고 올라가고 있다.

이노자드는 글로벌 3D 프린팅 업계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자체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 자회사인 LabAM24를 설립했다. 그 결과,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전략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에 3D 토털 솔루션 기업인 ㈜이노자드(INOZARD)의 이현식 대표는 ‘자체 기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LabAM24라는 별도의 자회사를 작년 3월 설립했다.

이현식 대표는 “LabAM24는 우주항공 장비를 만드는 회사”라며, “카이스트 출신의 업계 관계자들을 대거 영입해 우주항공, 국방, 정형외과 등에서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1년밖에 안 된 신생기업인데도 7만5000달러 투자를 받고,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인 로켓랩에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고온·고압의 로켓 노즐 부품은 3D 프린터로 만드는데, 3D 프린터의 가장 큰 문제는 산화가 된다는 점이다. 3D 프린팅 안의 공기 중 산소 농도는 평소보다 낮기 때문에, 대개 챔버형으로 만들어 그 안을 아르곤 가스로 채운다. 이 때문에 부품의 크기는 80cm가 한계다. 하지만, 우리는 5m까지 만든다”며, 미국 회사로부터 인정받은 기술력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자 우리나라에서도 인정을 받고, 관심도가 올라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스페이스 솔루션의 금형 견적 자동 계산 소프트웨어 ©중기이코노미

글로벌 기업의 눈도장을 받은 우리 기업은 또 있다. 독일의 3D 프로그램 개발 및 공급업체로부터 인정받고, 그 기업의 3D 캐드 프로그램에 탑재돼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스페이스 솔루션(SPACE solution)이다. 스페이스 솔루션은 금형을 제작하는 업체에서 원청이나 협력업체에 견적을 낼 때, 누구나 쉽게, 합리적인 기준에 의거해 견적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솔루션을 들고나왔다.

이 회사의 이대희 기술영업 이사는 “금형 제작업체에서 견적을 낼 때, 사람의 노하우에 기대어 가공, 설계, 현장 조립 비용 등의 금액을 임의로 산출하는 경우가 흔했고, 여전히 이런 방식으로 견적을 내는 곳이 많다. 업계에서 10~15년 이상 일한 경력자들은 제품만 보더라도 머릿속에서 공정의 흐름과 비용 등을 체감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제조업의 인재 유입이 저조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는 “‘금형 견적 자동계산 소프트웨어’는 3D 상으로 구현하기 때문에 10년 된 사람이든, 6개월된 사람이든 경력에 상관없이 똑같은 견적을 산출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회사의 경영진들에게 합리적인 견적인지, 아닌지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계산이 나온 근거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견적 협상 때도 유리한 점으로 활용된다”고 소개했다.

이어, “10년 전 처음 개발해 선보인 ‘금형 견적 자동계산 소프트웨어’의 자동화율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과거에는 수동 작업이 70%였다면, 이젠 수동으로 하는 작업은 10~20%밖에 되지 않는다”며, “최근에 대만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이 개발됐다고 하지만, 아직 글로벌적으로 우리와 같은 퀄리티를 내는 프로그램은 보지 못했다”고 자신했다.

소재·공정 등 원천기술 개발로 경쟁력 높인다

금성열처리는 기계 안에서 열처리 하는 모습을 촬영해 부스에 진열했다. ©중기이코노미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도 중요한 만큼, 제조업에 뿌리를 두고 있는 회사들은 소부장 강국인 일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열처리 기술’의 발전이 눈에 띈다. 소재의 특성을 극대화하는 열처리는 제품의 수명과 품질을 좌지우지하고, 기업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끼친다.

금속 열처리 전문업체로 40년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금성열처리㈜ 이종훈 연구소장은 “기계 부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재이고, 그다음이 만드는 방법과 열처리”라며, “소재가 아무리 좋아도 열처리 기술이 떨어지면 소재의 특성이 나오지 않는다. 즉, 열처리는 소재의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최종 기술에 해당한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금성열처리는 ‘금속 소재’를 주로 다루는데, 수억원대가 넘어가는 고부가가치 소재인만큼, 열처리 설비와 공정 기술에 대한 투자는 중요하다.

이종훈 연구소장은 “열처리 기술 향상을 위해서는 설비와 공정기술 개발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며, “우리는 열처리 설비 회사의 기술을 각 상황에 맞게 응용해 업데이트함으로써 소재의 특성을 더 좋게 만들어낸다. 또한, 여러 해외 기술과 문헌 등을 직접 현장에서 실험함으로써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의 열처리 설비들은 환경에 문제가 되는 설비들이었지만, 지금은 진공열처리 등 환경 부담이 적은 기술들로 나아가고 있다”며, “표면처리기술 등 신기술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이젠 일본과 열처리 기술 수준을 비교하더라도 차이가 없다”고 뿌듯해했다.

기계 안에서 쓰이는 작은 소모품 하나가 완제품의 퀄리티를 좌지우지하곤 한다. 연마하기 위한 공구가 대표적인 예다.

가공 및 연삭 등에 활용하는 공구를 제작하는 탑다이아테크㈜ 조준현 담당은 “가공품의 정확한 치수를 맞추기 위해서는 연마라는 작업을 통해 면을 다듬어서 완성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며, “예전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공업용 지석을 많이 사용했지만, 지금은 공업용 다이아몬드 소재가 대세”라고 설명했다.

공업용 지석이 많이 사용됐던 이유는 가공하는 제품의 경도가 높지 않아 지석으로도 충분히 연마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이 점점 발전하면서 내구성, 정밀한 치수·공차가 요구되다 보니 다이아몬드 소재의 제품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다이아몬드 소재가 나온 지 30~40년 정도 됐지만, 수요처는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

조준현 담당은 “점점 더 고품질의 부드러운 면을 추구하고, 날이 갈수록 입자가 미세해지면서 다이아몬드 소재를 찾는 곳이 늘었다”며, “특히 반도체, 엔드밀(end mill) 등의 제작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