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 선전하는 ‘쇼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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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만병통치약 선전하는 ‘쇼닥터’ 방송에서 ‘비의학적’ 시술·건강식품 홍보하는 의사

기사입력2014-12-23 11:14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발모에 효과가 있다. 반신욕을 하면 모발색이 검어진다. 탈모는 유전도 아니고, 나이 들수록 고치기 쉽다”

시장거리 약장수의 허풍이 아니다. 놀랍게도 대한민국 자격증을 가진 의사가 종합편성채널의 한 프로그램에 나와 공식적으로 한 말이다. 이 사람 A씨는 유명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내과 전문의까지 땄다. 대한의사협회(의협)에 따르면 이 의사는 발모차, 발모팩 등 탈모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부과학회는 이 의사의 말이 의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낭설이라고 단칼에 잘랐다.

쇼닥터 관련 TV뉴스.<사진=SBS 뉴스>

역시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한 또 다른 의사 B씨는 유산균이 만병통치약인 양 설명한다. “유산균을 먹고 불임여성이 임신에 성공했다”거나, “(유산균을 먹고) 10년간 복용하던 혈관약을 끊었다”거나, “1주일만에 류머티즘 약을 끊었다”는 식이다. 이 사람 역시 홈쇼핑 채널에서 유산균 관련 제품을 판매중이라고 의협은 밝혔다.

최근 쇼닥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영문 ‘Show Doctor’는 한국사회에서 규정되는 의미와 별 연관이 없다. 의사 신분으로 방송매체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과장·허위 광고를 일삼는 자. 의협이 규정한 쇼닥터의 개념이다.

의사라는 ‘완장’을 차고 ‘비의학적’이거나 ‘근거 없는’ 내용을 사실인 양 호도하는 것이 문제다. 방송까지 얼굴을 내비칠 정도라면, 이들 쇼닥터들은 이 시대 최고의 ‘명의’로 오인될 수도 있다. 이들의 말 한마디에 일부 시청자는 음식, 운동 등의 생활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관 이용 등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의협은 일찍이 이들 쇼닥터들이 방송매체에 출연해 근거 없는 치료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등 국민의 건강에 위해를 미치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앞서 예를 든 피부과학회 등의 학회와 의사단체로부터 쇼닥터 회원에 대한 제재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고도 밝혔다. 모니터링과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윤리위원회 회부 등의 조치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또 의사사회 내부 자정활동을 위한 ‘쇼닥터 대응 TFT’도 구성을 마쳤으며 의사들의 방송출연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정키로 했다. 의협 관계자는 23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가이드라인은 현재 초안이 나온 상태며, 이르면 내년 1월중 확정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출연료를 지급하고(‘지급받고’가 아니다) 방송에 출연하지 않는다 ▲홈쇼핑 채널에는 출연하지 않는다’ 등의 구체적 조항들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문제는 자칫 방송채널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경쟁용, 혹은 구색용 콘텐츠 짜기가 점점 버거워지는 방송사들로서는 정보와 재미를 함께 전달할 수 있는 헬스테인먼트(Healthtainment, 혹은 메디테인먼트, Meditainment)는 쏠쏠한 대안이다. 자격증과 외모와 말발이 되는 의사들은 헬스테인먼트의 핵심자이다. 광고 유치에도 커다란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들을 심하게 규율할 경우 콘텐츠 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쇼닥터 문제에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