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곳곳 빨간 불…3년간 감세정책이 부른 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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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재정 곳곳 빨간 불…3년간 감세정책이 부른 후과 공정하고 정의로운 조세정책이 민생을 살리는 길

기사입력2025-05-02 1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3년간의 감세정책은 결국 다음 정부의 짐이 됐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감세의 정파적 성과는 현 정부가 누리는 반면, 그 피해는 차기 정부에 이전시킨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3년간 추진해온 감세정책 후유증이 지금 대한민국 재정 곳곳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세수 결손은 56조원. 2024년은 31조원. 두 해를 합치면 무려 87조원에 달하는 세입 부족이 발생했다. 올해도 세수결손이 불가피하며, 세수 부담규모는 100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분석됐다. 세수 결손은 정부가 당초 예산을 짤 때 예상한 국세 수입이 실제 들어온 금액보다 부족했다는 것이며, 이는 결국 정책 추진동력을 약화시킨다.

기획재정부는 “글로벌 복합위기와 고금리 여파, 자산시장 부진”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최근 3년간의 세수결손 규모는 ‘예측 실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감세에 따른 세수 기반 약화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2024년 국세 수입결산 추정치는 336조5000억원. 이는 2023년의 344조원보다 7조5000억원 줄어든 수치로,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3년 경기둔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등 위기 상황을 제외하면 보기 드물다. 3년간 경제와 재정, 둘 다 퇴보한 셈이다.

불법적 계엄선포와 내란의 후폭풍은 국가 경제에도 타격을 남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0.2% 성장률을 기록, 민간소비부터 수출까지 전 부문에서 일제히 뒷걸음쳤다. 내수 침체, 수출 부진, 정책 혼선,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그야말로 복합 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또다시 감세를 외치고 있다. 표심을 잡기 위한 ‘감세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증세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감세가 낳는 세수결손의 대가는 누군가는 결국 치르게 돼 있다. 늘 그렇듯 그 부담은 다음 정부, 그리고 국민들에게 전가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조세정책은 ‘정상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감세에 기댄 정책은 불평등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고소득·고자산층에 유리한 감세가 아닌, 민생과 공공투자를 중심에 둔 정의로운 조세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재정을 만들고, 사회적 격차를 좁히며, 다시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