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 제도 자체보다는 오남용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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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포괄임금제, 제도 자체보다는 오남용이 문제” 포괄임금제의 성립·유효 요건과 ‘고정OT 계약’과의 비교

기사입력2025-06-02 14:03

이종호 객원 기자 (cplahaha@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원’ 이종호 노무사

‘포괄임금제’가 대선 공약으로 거론되면서, 노동현장에서 포괄임금제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제도는 경영계와 노동계가 오랜 기간 첨예하게 대립해 온 부분으로, 갈등의 본질은 제도 자체보다 그 운영과정에서의 오남용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포괄임금 오남용을 집중 점검하는 기획 근로감독을 실시하기도 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때에는 기본임금을 기준으로,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측정해 이에 상응하는 법정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근로시간 관리나 수당 계산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포괄임금제와 같이 예외적인 형태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법원 판례는 ‘포괄임금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 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금 지급계약”

포괄임금제의 성립·유효 요건을 보면, 해당 제도는 임금 지급계약에 해당하므로 기본적으로 당사자 간 합의가 있어야 성립한다. 포괄임금제 성립이 인정되는 경우 그 계약이 유효한 지 판단해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지를 그 유효요건으로 꾸준히 제시해 왔다. 최근에는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효력이 없다’는 입장을 추가해, 보다 엄격하게 포괄임금제를 제한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즉,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 이로 인해 ‘고정OT(overtime) 수당’을 포함한 임금 지급계약(이하 고정OT 계약)을 하는 사업장도 다수 존재한다.

양자의 개념은, 우선 ‘포괄임금제’의 경우 ①기본임금과 법정 제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일정액을 급여 총액으로 하는 형태 또는 ②기본임금과 법정 제수당은 구분하되, 법정 제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일정액으로 정해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는 형태로 나눌 수 있다. 한편, ‘고정OT 계약’은 기본임금 외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시간외근로에 대한 수당을 구분하고, 각 수당별로 일정액을 급여에 미리 포함해 지급하기로 정하는 계약이다.

포괄임금제가 유효하게 성립한 경우,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더라도 사용자는 추가로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반면, 유효하지 않은 포괄임금제의 경우, 즉 근로시간의 산정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포괄임금에 포함된 정액의 법정수당 중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하는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해 무효가 된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그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추가 지급할 의무를 지게 된다. 이는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에 따른 것이다.

한편, 고정OT 계약은 일반적으로 일정한 시간외근로가 예정돼 있는 때 그에 대한 수당을 산정해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구조다. 따라서 근로자가 고정OT 계약에 포함된 시간외근로 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경우 사용자는 그 초과분의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포괄임금제와 고정OT 계약의 필요성과 그 폐지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제도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의 오남용이 문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동관계의 전문가로서, 제도의 전면적 금지보다는 그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명확한 기준 정립과 사후 감독의 강화가 보다 바람직한 개선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무법인 원 이종호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