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낯선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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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낯선 감각 박민준의 개인전 ‘묘(MYŌ)’…도쿄화랑+BTAP 개최

기사입력2025-05-25 10:00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박민준은 자신만의 세계관을 고전회화의 형식에 담아내는 화가로, 2025년 3월 1일부터 4월 5일까지 일본 도쿄화랑+BTAP에서 개인전 ‘묘(MYŌ)’를 개최했다. 도쿄화랑+BTAP는 1948년 설립된 일본 최초의 현대미술화랑으로, 아시아 현대미술의 중심지 중 하나다. 이번 전시는 박민준이 오랜 시간 탐구해온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라는 주제를 신작 15여 점으로 풀어냈다.

◇고전회화의 계승과 동시대적 변주=박민준의 작품세계는 전통적인 고전회화의 보편적 서사와 재현의 마술적 효과를 동시대 회화 언어로 연구하고 계승하는 데서 출발한다. 활동 초기에는 이카루스, 사이렌, 다프네 등 서구 신화의 인물을 동양인의 모습으로 옮기거나, 르네상스와 고전주의 걸작을 재해석한 작업을 선보였다. 이후 2010년대 중반부터는 서구 신화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구축하며,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를 다각도로 탐구하는 다양한 시리즈를 전개했다. 대표작으로는 ‘라포르 서커스(Rapport Circus)’, ‘두 개의 깃발(Two Flags)’, ‘X’, ‘콤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 등이 있다.

그의 작업은 인간의 삶과 죽음, 꿈과 이상, 예술의 창조적 위대함과 가치 등 철학적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회화와 소설이 긴밀하게 연결된 신비로운 분위기의 작품들은 삶의 내밀한 풍경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박민준, ‘묘(우리는 모른다. 영원히 모를 것이다)’, 2024, 캔버스에 유채, 91×91cm, 작가 및 도쿄화랑+BTAP 제공.

◇경계에서 피어나는 낯설고 신비로운 감각=이번 개인전 ‘묘(MYŌ)’에서는 상상 속의 반인반수, 서로 다른 동물이 결합된 존재 등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묘’한 형상들이 등장한다. 악어 머리에 독수리 날개를 단 짐승, 토끼 귀를 한 여인, 개의 외형과 능력을 지닌 인간 등 상상으로 빚어진 이질적 형상들은 실제와의 거리감에서 오는 ‘묘’한 감정을 자아낸다. 박민준이 말하는 ‘묘’함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낯설고 신비로운 감각으로, 그 경계가 넓어질수록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전시의 대표작 ‘묘(Ignoramus et ignorabimus)’는 ‘존재하지만 증명할 수 없는 것’, ‘증명할 수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등 현실과 비현실의 모순이 공존하는 세상을 암시한다. 박민준은 이처럼 만들어진 것과 실제를 구분할 수 없는 혼돈의 세계에서, 진실이란 영원히 알 수 없는 것임을 시사한다. 관객은 그의 작품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이질감과 균형, 그리고 ‘묘’한 감각의 세계로 초대받는다.

◇회화와 문학을 넘나드는 예술가=박민준은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동경예술대학교 대학원에서 재료기법학을 공부했다. 2003년 첫 개인전 ‘작아짐의 평안함’을 시작으로, ‘사자의 노래(2005)’, ‘Happiness, Happiness, Happiness(2006)’, ‘Carnevale(2009)’, ‘The Stranger(2012)’, ‘Drawings(2014)’, ‘라포르 서커스-프롤로그(2015)’, ‘라포르 서커스(2018)’, ‘두 개의 깃발(2020)’, ‘X(2022)’ 등 10회 이상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또한 소설 ‘라포르 서커스(2018)’, ‘두 개의 깃발(2020)’ 등 문학작품도 발표하며, 회화와 문학을 넘나드는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