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 받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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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재조명 받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단상 대통령 끌어내린 것도, 역사 바로 잡으라는 명령도 ‘운명’ 아닌 ‘국민’

기사입력2017-05-22 17:4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3일 우리 현대정치에서 비교되는 두 인물이 재조명된다. 아버지의 후광에 대통령까지 올랐다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 그리고 지지율 2%로 시작해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당선이란 기적을 선보인 가난한 농부의 아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두 전직 대통령은 국회로부터 탄핵을 받은 역사적 사실을 공유하고 있지만 한 대통령은 국민의 손을 잡고 업무에 복귀한 반면, 또 한 대통령은 국민의 손에 의해 역사의 단죄를 받았다.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선고한 지 두 달여가 지난, 오는 23일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다. 법원은 수의를 입고 법정에 앉은 박씨의 모습을 언론에 공개한다고 22일 밝혔다. 20여년 전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형을 받은 전두환, 노태우 씨가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이 공중파를 타고 노출된 데 이어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세 번째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안내 사진.<사진=노무현 재단>

동시에 이날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거둔지 8년이 되는 날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추도식이 열린다. 올해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은 서거 이후 최대 규모로 열릴 예정이다.

지지자 및 국민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탄핵정국 당시 수만명의 행렬이 모였던 보수단체 집회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구심점을 잃고 급속한 이탈로 사실상 한줌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부 박사모 회원들이 ‘박사모의 정신’으로 절박하게 ‘박근혜 무죄’를 외치고 있지만, 공허할 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많은 유권자도 이미 그의 국정농단에 등을 돌렸으며, 그의 잘못된 판단에 동조했거나 모른 척 한 이들을 ‘적폐’로 규정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을 실은 호송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향할 그 시간 즈음, 촛불을 들었던 이들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향할 것이다.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정치를 시작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참석한다. 노무현재단 측은 이날 봉하마을을 찾는 시민들이 3만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날 나란히 언론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두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생각하니 그들의 운명이 참으로 얄궂다. 박 전 대통령을 끌어내린 것도,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을 역사 앞으로 소환한 것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삐뚤어진 역사를 바로 잡으라 명령한 것도 모두 ‘운명’이 아닌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