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받고 먹튀 논란 일으킨 외투기업 제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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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혜택받고 먹튀 논란 일으킨 외투기업 제재를” ‘책임 있는 사업 철수’ 이뤄지도록 법적·제도적 장치 손봐야

기사입력2024-08-13 12:4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와 지자체가 외국인투자기업(이하 외투기업) 유치를 위해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대량해고와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외투기업의 ‘책임 있는 사업 철수(Responsible Exit)’를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김성혁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우리 정부는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에 따라 세제혜택, 토지지원, 금융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첨단산업 유치, 중소기업 보호, 고용창출, 지역경제 발전 등 전략적인 정책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1조원을 지원한 한국 GM의 경우 공장폐쇄, 인원정리, 연구법인 분리 등에 제재도 하지 못했다”며, 정부차원의 외투기업 관련 정보 수집, 분석, 평가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김주영·권향엽·박지혜·이용우 의원, 진보당 윤종오 의원 등이 공동주최한 ‘외투기업의 먹튀 문제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사태 해결을 위한 국회 토론회’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먹튀’ 사례=한국옵티칼하이테크 사태는 이러한 외투기업의 ‘먹튀’ 사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장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2003년 11월 외투기업이라는 이유로 일본계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 경북 구미의 토지를 50년간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그러나 2022년 10월 구미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화재보험금만 수령하고 청산을 결정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모회사인 일본 니토덴코는 화재를 핑계로 같은 그룹이 운영하는 평택공장으로 물량을 이관하고 구미공장을 일방적으로 폐쇄했다. 당시 210명이었던 직원들은 희망퇴직을 명목으로 일자리를 잃었으며, 현재 7명이 남아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금속노조법률원의 한국옵티칼 재무제표 분석에 따르면, 회사 창립 이래 18년간 한국옵티칼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간 돈이 무려 6조3354억원인데, 반면 이 기간 회사가 부담한 법인세 비용은 단 41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평균 약 463개 외투기업이 철수=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971년부터 2021년사이 투자가 이뤄진 외투기업은 총 3만8893개인데, 현재 존속 중인 업체는 1만5257개로 51년간 2만3636개가 사라졌다. 이는 연평균 약 463개 업체가 철수하고 투자액으로는 961억 달러가 사라진 셈이다.

2019년 기준 외투기업은 한국경제에서 전체 매출의 11%, 수출의 19%, 고용의 5.5%를 차지한다. 매출액 대비 고용창출 비중은 절반 수준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저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외투기업이 각종 혜택을 받은 후 자본철수, 구조조정, 배당 및 로열티 등 과도한 이윤 유출, 노사관계 부정, 기술탈취, 조세회피 등의 문제점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김 연구원장은 미국 등 주요국가들은 전략산업의 매각을 철저히 심사하고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으로 첨단산업을 유치하되, 국내 원자재 및 부품 사용 의무화, 고용창출, 정보공개 등을 요구하며 자국산업을 보호하고 있다며, 외투기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먹튀’ 외투기업에 대한 제재 취약=김 연구원장은 외투기업에 대한 유효한 제재수단이나 유치전략이 매우 취약해, 외투기업의 공장폐쇄와 정리해고 등을 방치하고 있으며, 기술탈취 및 조세회피 등에도 무력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따라서 외투기업 지원시 산업발전과 노동보호, 고용창출 등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제재수단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산업 발전, 고용안정 등 한국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므로 외투기업 관련 다양한 이해당사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이슈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유한책임회사 형태로 공시의무를 기피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공시의무를 강화하고, 다국적기업의 OECD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국내연락사무소(NCP)의 역할을 정상화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김 연구원장은 외투기업의 사업구조는 본사 및 해외계열사 등과 연결돼 있으므로 국내에서 발생한 외투기업의 문제는 최고지배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하며, 다국적기업 본사 차원의 이윤 유출과 글로벌 전략 등을 분석해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장은 제도개선 사항으로 ▲정리해고시 해고실시 여부나 노동자에 대한 보상 등에 대해 관련 근로자 대표와 사전 합의하도록 함으로써 무분별한 정리해고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의 ‘근로기준법’ 개정 ▲이사 및 주요주주에 대해 충실의무를 보다 구체화하고, 유지청구권의 요건 및 그 청구권자에 회사 노조 또는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회사 해산 등에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담은 ‘상법’ 개정 ▲소위 ‘먹튀’ 자본을 방지하기 위해 회사 폐업 등 고용과 노동조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의 절차에 있어서 노조 포함 노동자의 참여권 또는 동의권을 제도화하는 한편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가 회사의 회생절차개시 신청 및 회생계획안 의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의 ‘채무자회생법’ 개정 등을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