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책임투자 여전히 소극적이고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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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국민연금 책임투자 여전히 소극적이고 더디다” 기금운용위·수탁자책임위 한계, 환경·사회문제 지침 부재 등 원인

기사입력2024-08-27 09:59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등을 도입한지 20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소극적이고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계적인 기금운용을 넘어 책임투자를 강화하고 수탁자책임활동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민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은 “국민연금의 책임투자와 관여활동이 매우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ESG 통합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투자하고 있는 국내주식 전체를 책임투자 이행 자산군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ESG 통합전략은 유의미한 투자전략으로 볼 수 없으며, 주주권행사는 지배구조에 한정되어 있고 그마저 의결권 외에는 매우 보수적으로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6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박상혁·김현정 의원과 경제개혁연구소가 개최한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현황과 개선방안:ESG를 통한 주식시장 부스트업 실현’ 토론회 자리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이 부소장은 책임투자 등이 소극적이고 느리게 진행되는 이유로 ▲기금운용위원회와 수탁자책임위원회 구조의 한계 ▲국민연금이 현재 채택하고 있는 세 가지 책임투자 전략의 한계 ▲지배구조 외에 환경과 사회문제에 대한 지침 부재 등을 지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금운용위·수탁자책임위=주요 의사결정주체인 기금운용위원회와 수탁자책임위원회의 한계다. 즉 위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이에따라 의사결정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기금운용위원회는 20명 위원 중 6명이 장관 등 정부관료로 구성돼 있어 정부의 정책방향을 이행하려는 경향이 강할 수 밖에 없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역시 과거 9명의 위원이 사용자 및 근로자, 지역가입자가 추천한 2명씩으로 구성되는 등 이해관계 대립이 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부소장은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분리시켜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이하 공사)로 확대개편하고, 새로 설립되는 공사는 그 운영에 있어서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이 아닌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책임투자 전략의 한계=국민연금의 ESG 통합전략, 투자배제전략, 주주권행사는 각각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ESG 평가는 연 2회의 정기평가와, ESG 관련 이슈가 발생할 때 이뤄지는 수시평가로 이뤄진다. 이 부소장은 국민연금의 ESG 통합전략은 극소수의 ESG 등급이 가장 나쁜 기업에 대한 투자배제전략과 동일하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투자종목 점검 시 ESG 등급이 D등급인 종목은 원칙적으로 BM(벤치마크·시장 평균 수익률) 대비 비중을 초과해 편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22년 기준 국민연금이 ESG를 평가한 주식종목 954개, 채권 1043개 중 D등급은 각각 7개, 5개 종목 뿐이다. 이 부소장은 국민연금은 국내 코스피 종목을 거의 대부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ESG 통합전략이 의미를 가지기 어렵고, ESG 통합전략이 기초가 되는 ESG 정보 입수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박상혁·김현정 의원과 경제개혁연구소는 26일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현황과 개선방안:ESG를 통한 주식시장 부스트업 실현’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또 현재 국민연금은 석탄산업에 한정해 투자배제를 논의하는 단계다. 이 부소장은 국민연금의 투자제한전략에 대한 입장이 조속히 확정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혹은 선제적인 투자배제정책보다는 적극적인 관여활동이 우선 이해되는 방안도 제안했는데, 예를 들어 한국전력에 대한 개입을 통해 의미있는 환경관련 책임투자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매우 보수적이고 그나마 지배구조에 한정돼 있다. 이 부소장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주주관여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되는 회사는 총 6개사로 3개사(남양유업, 현대그린푸드, 남선알미늄)는 배당, 2개사(대한항공, 한진칼)는 경영진의 불법행위 그리고 1개사(KCC글라스)는 임원과다보수 문제였다. 이 부소장은 주주권 행사의 효율적인 방식이 대표소송인데 지금까지 제기된 대표소송은 없다며, 대표소송 제기로 상장회사 임원의 책임을 환기시키는 방안으로 전반적인 지배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환경·사회문제 지침 부재=국민연금법 등에서는 수탁자책임활동이 ESG를 고려한다는 원칙론이 정해져 있지만, 주로 지배구조에 맞춰져 있다. 이 부소장은 국인연금기금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에 포함된 국내주식 의결권 행사세부기준에는 별도로 환경 및 사회에 대한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소장은 기금평가에 실질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반영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 부소장은 기획재정부가 매년 공공기관이 운용하는 기금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는데, 여기에 금융배출량, 집약도, 금융배출량 감축목표 및 이행정도를 지표로 포함하는 것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