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눈속임 ‘슈링크플레이션’ 규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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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고물가에 눈속임 ‘슈링크플레이션’ 규제 강화 용랑 줄여서 가격인상…규제 더 늘린 정부 강경책 통할까

기사입력2024-10-05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기업이 판매가격을 올리는 대신 상품의 크기 또는 용량을 줄여 소비자가 알기 어려운 방식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성행하자, 정부가 연거푸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오프라인 대규모 점포를 중심으로 시행 중인 단위가격표시제를 대규모 온라인쇼핑몰로 확대하는 내용의 가격표시제 실시요령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오는 23일까지 의견수렴을 한다고 지난 3일 밝혔다.

단위가격표시제는 판매업자가 판매가격을 표시할 때 100그램 당 가격 등 단위 기준에 따른 가격을 함께 표시토록 하는 제도다.

현재는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의무 시행 중이며 일부 온라인쇼핑몰도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을 통해 연간 거래금액이 10조원 이상인 대규모 온라인쇼핑몰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다만, 온라인쇼핑몰 내 입점상인에 대한 계도기간 및 시스템 정비기간을 고려해 1년의 유예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단위가격표시 대상인 품목도 기존 84개에서 114개로 확대한다. 산업부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즉석식품 구매 증가, 반려동물 관련 상품 소비 증가 등 새로운 소비트렌드를 반영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새로 추가되는 품목을 보면, 가공식품의 경우 즉석덮밥, 즉석밥 등 18개가 추가된다. 일용잡화에서도 섬유탈취제, 손세정제, 선크림 등 18개 품목이 새롭게 포함된다.

단위가격표시제는 판매업자가 판매가격을 표시할 때 100그램 당 가격 등 단위 기준에 따른 가격을 함께 표시토록 하는 제도다. 제품의 용량을 줄이는 우회적 가격인상이 성행하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처럼 단위가격을 표시하게 되면 제품 자체의 가격에 변화가 없더라도, 용량을 줄이면 단위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다. 용량만 불여서 사실상 물건 가격을 인상하는 슈링크플레이션 여부를 소비자에게 알려, 급상승하는 물가에 제동을 걸겠다는 정부의 의도다.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각 부처별로 소비자에 용량별 고지 의무를 강화하고 제재를 가하는 등 슈링크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각종 규제를 추가해왔다.

식품 용량을 줄이면, 감소한 사실 고지해야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용량의 변경이 있는 제품의 경우 소비자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해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2025년 1월1일부터는 용량이 종전보다 감소한 식품의 경우, 용량을 변경한 날부터 3개월 이상의 기간동안 제조·가공·소분·수입하는 제품의 용량과 용량 변경 사실을 함께 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용량 변경 제품”이란 표기와 함께 “00g → 00g” 또는 “00% 감소”, “내용량 00g(이전 내용량 00g) 등”을 명기해야 한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고가격을 함께 조정해 단위가격이 상승하지 않는 경우 또는 ▲내용량 변동 비율이 5% 이하인 경우 등은 표시대상에서 제외한다.

용량 등의 변경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재도 발생한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가 시행됐다. 이에 따라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품목들을 제조하는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용량 등을 축소하는 경우 1차 위반시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2차 위반 시에는 1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처럼 다양한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규제에도 불구하고 용량을 줄이는 우회적 가격인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소비자원은 단위가격이 인상된 제품 여부를 확인해 제품명을 직접 고지하는 조치까지 하고 있다.

주요 유통업체(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 8개사 판매상품, 전국단위 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158개 품목에 대한 가격정보 조사 결과,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 신고 상품 등에서 정보를 수집한 결과다.

지난 8월에는 올해 2분기에 수집한 정보를 조사·검증한 결과, 용량이 감소해 단위가격이 인상된 상품 총 11개의 명칭을 공개했다.

상품의 용량이 변경된 시기는 2023년이 3개(27.3%), 2024년이 8개(72.7%)였다. 품목별로는 식품이 9개(81.8%), 생활용품 2개(18.2%)로 확인됐다. 내용물의 용량은 최소 7.1%, 최대 20.0%까지 감소했는데, 10% 미만이 5개(45.5%), 10% 이상~20% 미만과 20% 이상이 각각 3개(27.3%)로 나타났다.

이처럼 규제가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지만, 물가 상황 악화와 더불어 슈링크플레이션이 근절되지는 않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들이 본격 시행되는 내년 이후의 상황에 따라, 추가 대책 필요성이 확인될 전망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