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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성능 기술력 ‘슈퍼 콘크리트’ 혁신 부르다
강도는 세지고, 형태는 자유롭게…2024 아시아 콘크리트 엑스포
- 기사입력2024-10-25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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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초고성능 콘크리트 쉘 구조물인 울릉도힐링스테이 리조트 전경. 사진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부스에 마련된 자료 화면을 촬영한 모습. ©중기이코노미주거 공간부터 도로, 조경 등 우리네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재는 콘크리트다. 시멘트에 물, 모래, 자갈과 혼화 재료를 배합해 만들어 내구성이 우수하고 시공도 비교적 단순해, 다양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이런 콘크리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첨단 기술력을 더해 강도는 더욱 세지고, 환경까지 고려한 제품들이 시장에 속속 출현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런 변화는 업계에서 후발주자로 알려진 한국의 콘크리트 기술력이 전 세계적으로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지난 16일부터 3일간 킨텍스에서 열린 ‘2024 아시아 콘크리트 엑스포(Asia Concrete EXPO)’는 이런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안정성·심미성 잡고 월드 레코드 달성…K-슈퍼 콘크리트춘천대교, 울릉도힐링스테이 리조트. 이 두 곳은 각각 세계 최초의 초고성능 도로 사장교, 세계 최초의 초고성능 콘크리트 쉘 구조물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곳이다. 2019년 미국 연방도로국(FAWA)이 주관한 국제 UHPC 혁신상을 수상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24년 말에 고덕대교가 완공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장의 콘크리트 사장교라는 또 하나의 타이틀을 갖게 된다.이 건축물은 슈퍼 콘크리트(Super Concrete)라고도 불리는 초고성능 콘크리트(Ultra High Performance Concrete, UHPC) 기술력이 들어 있다. 초고성능 콘크리트는 고강도의 안정성은 물론, 우수한 유동성으로 인해 건축가의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 사람들에게 심미성까지 부여한다.
슈퍼 콘크리트를 적용한 금고. 일반 콘크리트로 제작할 경우 두께는 157mm 이지만, 슈퍼 콘크리트를 적용하면 75.4mm로 52% 얇아지고, 강도는 4~5배 강하다. ©중기이코노미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슈퍼 콘크리트 연구단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일반 콘크리트보다 강도가 4~5배 높은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개발해왔다”며, “재료 배합 시, 나노물질급의 혼합물질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의 콘크리트보다 완벽하게 밀착된 조직 결과물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이어 “기존의 일반 콘크리트에는 굵은 골재가 들어가기 때문에 유동성에 한계가 있었지만, 슈퍼 콘크리트에는 굵은 골재가 들어가지 않아 유동성이 높아져 비성형 구조물 등 형체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총공사비도 슈퍼급 효율성을 자랑한다. 초고강도이기 때문에 철근 물량을 기존 대비 30~40%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위 단가로만 따지면 일반 콘크리트 대비 가격대가 올라가지만, 총공사비를 고려하면 10~20% 정도 절감할 수 있다.최근에는 방호시설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다. 일반 콘크리트 대비 방호시설의 수명을 2배 이상 증가시켜 유지관리 비용을 50% 이상 저감시킬 수 있고, 벙커, 활주로, 항만시설, 방호벽 등에 이 기술을 도입하면 방호·방폭·내화성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연구단 관계자는 “초고성능 콘크리트 분야는 독일, 미국, 프랑스 등에서 먼저 시작했지만, 재료적인 특징 때문에 단가가 비쌌다”며, “우리가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자체적인 재료의 배합 등을 통해 단가를 낮췄고, 압축강도나 인장강도에서도 세계 최고로 치고 올라온 상황”이라고 뿌듯해했다.
대일텍의 투수블록 모습. ©중기이코노미계절을 막론하고 도로의 사고 대부분은 미끄러짐에서 비롯된다. 이에 물이 빠져나가도록 설계된 투수블록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투수층 1/3, 불투수층 2/3로 구성된 이 블록의 맨 아래층은 슈퍼 시멘트로 만들어졌다.㈜대일텍 김연원 전무는 “블록은 위에서부터 압축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예전의 블록들은 모서리들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투수블록은 강도가 더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맨 위층은 투수층으로 돼 있어 물이 원활히 빠져나갈 수 있다. 그리고, 블록의 2/3 지점까지는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는 불투수성인 부분까지도 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실제로, 부스 한 편에 마련한 수조에 블록을 놓고 수돗물을 계속 틀어놔도 수조에 물이 차지 않았다. 이를 도로에 적용하면,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한 비가 왔는지 사람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물 고임 현상이 없다는 뜻이다. 이에 투수블록은 공장이나 공원을 만들 때 유용하다.김 전무는 “공장에는 저류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다. 기름이나 여러 찌꺼기가 쌓였을 때 비에 씻겨 생활하수로 빠져나갈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그 설치 비용이 몇천만원에서 몇억원씩 든다. 여기에 주기적으로 관리도 해줘야 한다. 즉, 비용이 이중 삼중으로 드는 것이다. 하지만, 투수블록을 쓰면 생태면적률 적용이 되기 때문에 저류 비용이 빠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차도블록에 대한 상식을 깬 초고강도 차도블록(High Strength Roadway Block)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이 블록은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해 강도는 향상했고, 다공성 콘크리트로 투수를 증진해 보습 기능을 극대화했다.김 전무는 “7~8년 전에 조치원역 중앙가로길 일부 구간에 이 차도블록을 설치했는데, 해당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개보수를 2~3번 진행했다”며, “이 결과물을 본 전주시의 요청으로 최근 한옥마을 근처 도로를 이 블록으로 깔았고, 전주 시내의 10km에 해당하는 간선도로를 이 공법을 이용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명콘텍의 고강도 콘크리트로 만든 주차블록. ©중기이코노미눈에 띄지 않는 일상생활 곳곳까지 적용된 ‘고강도’ 기술고강도 기술은 건축물이나 도로에만 활용되는 건 아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알게 모르게 생활에 혜택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주차블록도 예외는 아니다.대명콘텍㈜은 검은색으로 일관된 주차블록이 아닌 좀 더 스타일리시해진 주차블록을 들고나왔다. 제품의 소재는 고강도 콘크리트다.이 회사의 서은하 파트장은 중기이코노미에 “고강도 콘크리트로 돼 있다 보니 내구성과 내후성이 일반 고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제품보다 월등하다”며, “설계 강도가 평균보다 높은 35메가파스칼(MPa)까지 나온다”고 자신했다.고무나 플라스틱으로 된 주차블록은 여름철 온도와 기후 변화에 취약하고 내구성도 약해 파손으로 인한 철심 돌출과 잔해물이 발생해 평균적으로 2년마다 유지보수를 하거나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고강도 콘크리트로 된 주차블록은 평균 3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붉은색의 대형 반사경으로 시인성도 높였다.서 파트장은 “제품이 깔끔하고, 디자인도 세련되다 보니 관공서뿐만 아니라 엘지전자, 현대EV스테이션, SK일렉링크 등의 업체에 꾸준히 납품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 새로 생긴 대부분의 스타벅스 DT점에 들어가 있다”고 했다.
중력식 옹벽 모습. 코뉴의 김민성 담당자는 부스에 마련한 이 옹벽을 혼자 쌓았다며 간편성을 자랑했다. ©중기이코노미토사의 압력을 버티는 데 사용하는 옹벽을 들고나온 ㈜코뉴는 옹벽 중에서도 자중식 옹벽이라고 불리는 중력식 옹벽을 선뵀다.중력식 옹벽은 안정성과 기능성을 확보한 동시에 경관까지 챙길 수 있어 아파트 진입로, 공원, 수변 지역 등 생활 환경 곳곳에 사용되고 있다.특히, 돌쌓기라고 불리는 이전 방식의 옹벽보다 전문기술과 장비가 덜 들어가기 때문에 5m 이하 높이의 구간에서 강점을 나타낸다.김민성 담당자는 “이 옹벽의 블록 하나당 무게가 1톤인데, 레고 쌓기처럼 꿰맞춰 쌓기 때문에 인력비가 덜 든다”고 설명했다.그는 “특히 사람과 가까이 있는 환경에서 장점이 극대화된다. 일례로 자동차 한 대 들어갈 정도의 좁은 진입로를 사이에 두고 밭과 빌라가 있을 때, 이전의 돌쌓기 방식은 밭을 깎아야만 한다. 하지만, 중력식 옹벽은 밭을 훼손하지 않고도 골목 사이에 옹벽을 쌓을 수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건축 안전관리…계측에도, 결함 체크도 ‘스마트’한 대응
스마트 아이리스 김상윤 대표가 AloT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흙막이 계측관리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땅을 파야 한다. 하지만, 일부러 땅을 파다 보니 토압이 한쪽으로 몰려 땅이 기울어지기 십상이다. 이에 땅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흙막이를 설치해야 하고, 흙막이에 변형이 있는지 측정하기 위해 계측 관리는 필수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만약 공사 중 흙이 밀리면 침하 발생, 지반 균열, 매설물 파손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더 나아가 건축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흙이 쓸려 내려가다 보니 싱크홀 발생의 원인이 될 때도 있다.하지만, 사람이 하는 작업이다 보니 인력비를 감당하지 못해 한 지점당 한 번밖에 계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에 스마트 아이리스는 스마트 계측 관리시스템을 선뵀다.이 회사의 김상윤 대표는 “센서 하나로 위, 아래로 이동하면서 측정하기 때문에 인력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계측하는 빈도 설정도 가능해 정확성도 높였다. 예를 들면, 24시간 중 30분 간격으로 설정하면 계속 센서가 30분 단위로 계측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시점에서 얼마나 변이가 왔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프릭테크 박성만 대표가 AI 기반의 SCAN-TO-BIM 공동주택 외벽결함 솔루션을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건축물의 외벽 결함 솔루션도 인공지능과 드론 기술을 결합해 정확도를 높였다.프릭테크㈜ 이윤구 연구원은 중기이코노미에 “기존에는 수작업 중심으로 점검 체계가 이뤄졌다. 작업자들이 육안으로 확인하고 하자 유무를 체크하기 때문에 하자 부위를 판별하는 데 사람마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이에 프릭테크는 드론으로 촬영하고, 균열 여부를 인공지능으로 판단하도록 해 일률적인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도록 했다. 기술력의 핵심은 포인트 클라우드(Point Cloud)라는 데이터 압축 기술이다. 포토그래매트리(Photogrammetry)라는 특수 스캔기술을 통해 0.3mm 레벨의 미세 결함까지 식별한 후, 3D 모델로 변환시켜 주는 기술이다.재작년 연말에 처음 촬영을 시작한 이래 계속 디벨롭을 하고 있다는 이 회사는 현재 공공주택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한다.이 회사의 박성만 대표는 “현재 건설사 쪽의 수요가 많은데, 이후에는 토목이나 교량 등에도 이 기술을 활용해 유지보수 자동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