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 와중에 정부 지출을 15조원 줄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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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경기부진 와중에 정부 지출을 15조원 줄인다니 세수결손 고육책이나, 경기에 미칠 악영향은 어쩌나

기사입력2024-11-02 00:00

올해 세금이 당초 예상보다 30조원 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자, 정부가 외환기금과 도시주택기금 등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주목해야 할 점은 정부지출이 최대 15조원 가량 줄어든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부진한 와중에 정부지출까지 줄어들 경우,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지난 28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세수재추계 결과에 대한 대응방안’을 보고하면서, 외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조성한 외국환평형기금과 국민주택 건설 등을 위해 조성한 주택도시기금 등을 15조원 가량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부족한 세금이 30조원인데 기금을 활용하겠다는 규모는 15조원이니, 나머지 절반인 15조원에 대한 대책이 또 필요하다. 이에 대한 정부의 해법은,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먼저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의 경우 6.5조원 규모를 “집행을 보류”하기로 했다. 예산을 보내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당장 지자체나 교육청의 예산이 줄어드니, 크고 작은 사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최상목 부총리는 이같은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집행 보류”에 대해 “관계부처 장관급 협의를 포함한 수 차례의 장차관급 국장급 등의 협의를 진행해 지역별 재정여건 점검과 현장 애로사항 논의 등 지방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고 강조했지만, 쓰려고 계획한 지출이 6.5조원이나 줄어든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두 번째로, “약 7조원에서 9조원 정도로 예상되는, 사업계획 변경과 지연 등에 따른 통상적 불용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이 지연되는 등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경우 책정해둔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는 일이 늘상 있으니, 이를 반영해 세금부족 상황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세금이 30조원이나 부족한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고육책임은 분명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산을 적시에 집행하도록 독려해도 원활하지 않은 일이 비일비재한데, 정부가 나서서 “통상적 불용”을 예산부족 상황에 활용하겠다고 하니 실제 현장에서의 예산집행이 더욱 위축될 우려가 있다.

정부의 예산집행 위축은 단순히 사업의 지연이나 관련 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의 회의록을 최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한 금통위원이 세수결손에 대해 질의하자, 한은 관련 부처는 세수 부족으로 정부지출이 줄어든다면 조세 탄력성, 즉 가계·기업 지출이 증가하는 효과보다 정부지출 제약으로 인한 SOC투자 부진 등의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올해 성장에 미치는 순효과는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답변했다.

최근 경제가 고성장 상황이라면 문제가 안될 수 있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지난 3분기 GDP 성장률은 2분기에 비해 0.1% 성장에 그쳤다. 심지어 2분기는 0.2% 감소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는데, 그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3분기 성장이 미미했다. 당초 한은의 전망인 0.5%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심상치 않은 경기부진 상황에서 정부지출 마저 위축되면 올해 성장률은 물론이고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경기부진이 더 심해질 우려가 있다. 최상목 부총리는 “세수부족에도 불구하고 민생, 지역경제, 경제활력 지원과 관련된 사업은 차질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지속 관리해나가겠다”고 했는데, 이말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가계와 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경기부진 심화에 허덕이게 될까 걱정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