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해결, 아이 성장예측…K-생명과학 이슈는

프린트

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난임 해결, 아이 성장예측…K-생명과학 이슈는 생명과학 분야의 최신 트렌드 조망…코리아 라이프 사이언스 위크

기사입력2024-11-21 13: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플라바이오로직스는 생명 탄생의 열쇠인 태반의 성분을 활용해 인류 최대의 난제 질병을 해결할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태반과 관련된 연구를 20년 이상 진행한 결과, 지금까지 치료하기 힘들다고 여겨졌던 난임, 황반변성 등의 치료에 태반의 성분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급격한 환경오염과 고령화로 인해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질환들을 치료하는데 희망을 주고자 합니다.”

지난 12일부터 3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 라이프 사이언스 위크(KOREA LIFE SCIENCE WEEK 2024)’에서 만난 플라바이오로직스 관계자가 중기이코노미 기자에게 이렇게 힘줘 말했다.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고 있는 지금, 인류는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어떻게 건강하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런 인류의 관심이 집중된 생명과학 분야의 최신 트렌드부터 연구실마다 필요로 하는 장비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질병’을 해결하고, ‘성장기’ 아이 건강을 예측한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황반변성,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당뇨성 망막병증 등 지금까지 고치기 어렵다고 알려진 질환들이다. 예를 들어, 난임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경우 증상만 완화하거나 가임기 여성에게 호르몬을 통해 임신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만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즉, 증상만 개선해 주는 치료제만 개발돼 있고, 근본적인 1차 치료를 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는 말이다.

이에 태반제재 치료제 전문기업인 플라바이오로직스(PLABiologics)는 생명 탄생의 기반이라고도 할 수 있는 태반(placenta)의 성분을 활용해 산과 질환, 간질환, 안과 질환, 생식의학 분야를 포함한 퇴행성 질환까지 해결할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플라바이오로직스의 세포치료제 예상 제품들 ©중기이코노미

이 회사의 관계자는 “고순도의 태반율의 중간엽 줄기세포를 분리하고 배양하는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중간엽 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여기서 더 나아가 중간엽 줄기세포를 그냥 투여했을 때보다 특정 기술을 강화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투여했을 때 치료 효과가 더 강력하다는 것 역시 확인했다. 우리는 이런 차세대 기능 강화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도 갖고 있다. 명칭도 유니플라(UNIPla) 중에서도 강하다고 해서 써니플라(SUNIPla, Stronger UNIPla)라고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구개발하고 있는 치료제 중 가장 빠르게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 분야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 치료제다. 현재 전임상과 안전성 평가 목적의 GLP-Tox(비임상 독성 실험) 테스트는 마쳤고, 내년에 임상 1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4년 이내에는 치료제가 개발돼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해당 기술이 ‘바이오 에코 시스템’이라고도 강조했다. 의료폐기물로 여겨져 버려졌던 태반을 질병을 고치는 데 재활용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재 재활용이 가능한 의료폐기물은 태반 하나다.

그는 “우리는 산모에게 태반을 연구, 치료제 개발용으로 사용하겠다는 동의서를 받고, 태반을 연구시설로 옮겨와 중간엽 줄기세포를 분리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그동안 버려졌던 태반을 우리 몸의 치료제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뿌듯해했다.

지피의 이상범 팀장이 ‘코호트 생체 빅데이터 AI 키맵 키성장 검진’ 결과를 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우리 아이 키는 얼마나 될까?’, ‘우리 아이는 어떻게 자랄까?’ 등은 엄마, 아빠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사항이다. 아이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치료를 통해 좀 더 건강한 신체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엄빠’들의 관심을 받는 기업도 있다.

성장 테크 메디컬 AI 기업인 지피(GP)의 이상범 팀장은 중기이코노미에 “11년동안 11만명 이상의 데이터를 측정해 3300만개의 생체 코호트(cohort) 데이터를 모았다”며, “인바디 측정을 하게 되면 키, 몸무게, 체지방량 등 여러 생체 데이터를 알 수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아이가 한 달 뒤, 혹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신장 예측 그래프를 통해 아이가 신체 나이대에 맞춰 잘 성장하고 있는지 표본을 보여준다. 딥러닝 기술을 통해 예측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만들고, 이를 AI가 학습하도록 한 뒤 예상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조사는 만 3세부터 18세까지 할 수 있다. 이 팀장에 따르면, 부모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키는 168cm, 남자아이의 키는 180cm다.

하지만, 이 팀장은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키 예측이 아닌, 데이터를 토대로 아이를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즉, 생체 성장 그래프 중에서 아이의 생체 나이가 급속 성장기, 감소 성장기, 무성장기 등 어떤 구간에 들어와 있는지, 신체 나이대에 맞춰 잘 성장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맞춤형 처방 및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현재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및 한방병원, 전국의 서른군데 약국에서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부모는 아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받거나 상급 종합병원에 가기도 한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건강보조식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현직 의사의 요청에 따라 개발한 제품을 80군데 약국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시설의 환경 편의성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기술

베스트테크의 소독 용품들 ©중기이코노미

제약이나 제품을 연구하고, 생산하는 연구시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위생과 편의성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유해 이슈가 발생하지 않고, 연구원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어야 연구의 질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오염 관리 자체는 연구와 제조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톡스나 인체에 주입하는 주사제 같은 곳을 검사했을 때, 유해한 이슈가 발생하면 전량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관리와 오염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 베스트테크(BEST TECH)의 이지강 대리는 “연구시설이나 생산시설에서 오염관리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연구와 생산이 이뤄지는 공간에 국한해 환경적인 기준이 타이트하게 들어갔다면, 요즘에는 사람들이 옷을 갈아입는 과정, 에어락 같은 공간조차도 오염 제어가 잘 돼야 연구하고 생산하는 곳도 환경적으로 안정화가 됐다고 보는 추세”라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이어 “연구실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독제, 청소도구뿐만 아니라 균이 제어돼야 하는 공간에서 사용하는 제품과 복장, 멸균기 등을 납품하고 있다”며, “연구원들에게 환경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해당 환경에 맞춰 제품을 제안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연구원들의 페이퍼 작업을 자동화시켜 업무 효율화를 높인 화학물질 관리시스템이 탑재된 키오스크를 들고나온 업체도 관람객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싸이스트(SCIST) 관계자는 “8년 전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작년에 버전 3을 출시했다”며, “온도, 습도, CO2, VOC(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실험실의 환경적인 조건뿐만 아니라 약품에 대한 기본정보가 들어있는 MSDS까지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리도 간편하다. 키오스크는 개인마다 계정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 돼 있는데, 사용자가 시약을 등록하면 바코드화돼 출력이 되고, 출력물을 사용하는 시약이나 화학물질에 부착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한 번만 등록해 주면 키오스크를 통해 해당 약품에 대한 정보가 뜨는 것이다.

실제로 이 관계자가 QR코드를 키오스크에 찍자 ‘지금 반출하는 제품은 유해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습니다. 상황에 맞게 보호구를 착용하시고 취급에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흘러나왔다.

이 관계자는 “연구원들이 시약이나 화학물질을 사용하려면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고 관리하는 법정 양식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 즉, 얼마나 시약을 썼고, 재고량이 어느 정도인지 보고서로 써야 하는데 예전에는 다 수기로 작성했었다”며, “이 키오스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고서를 자동으로 작성할 수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해서 이름도 리얼 타임 캐미칼 매니지먼트 시스템(Real Time Chemical Management System)이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