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연구개발(R&D) 투자 심리까지 얼어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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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기업 연구개발(R&D) 투자 심리까지 얼어붙어 정부, 2023년보다 소폭 늘어난 연구개발 예산으론 부족하다

기사입력2025-01-18 00:00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들의 R&D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R&D 투자 위축이 발생한다면, 그 여파가 장기간 지속될 우려가 있다. 정부가 마중물이라도 부어야 할 판인데, R&D 예산도 부족한 지경이라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연구소를 보유한 표본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한 2025년 연구개발전망조사(RSI) 결과를 발표했다. 통상 매년 11월에 이듬해 R&D 투자 계획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2024년 11월에 조사를 마쳤지만 “2024년 12월 초를 기점으로 국내의 정치적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기업의 심리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동일 표본을 대상으로 재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11월 당시만 해도 R&D 투자 RSI는 94.6, 인력 RSI는 93.7로 집계됐다. RSI가 100을 넘으면 연구개발이나 연구원 인력 충원을 늘린다는 의미로, 당초 기업들은 2025년 R&D 투자를 소폭 줄일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12월 들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R&D 투자심리가 크게 냉각됐다. 투자 RSI가 79.6으로 11월 조사에 비해 15p 감소했고, 인력 RSI는 9.5p 감소한 84.2을 기록했다. 산기협은 “2013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RSI 지수가 90 이하로 조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최근 R&D 투자 계획을 보면, 코로나19 유행기였던 2021년(2020년 11월 조사)에 투자 RSI가 91.2, 인력 RSI가 91.6으로 가장 낮았고 이후 반등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2월 조사결과가 코로나19 유행기보다도 더 낮게 나타난 것이다.

아울러 산기협은 “기업들은 현 상황의 안정을 기대하면서도, 내수부진에 더해 국가신인도 문제, 국제관계 불안 등이 가중돼 R&D 투자 여력이 없음을 토로”했으며,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정치적 혼란에 따른 정부지원 R&D 예산의 미집행 및 축소 등에 대해 강한 우려의 기색을 비쳤다”고 강조했다.

산기협의 지적처럼 정부는 R&D 정책을 흔들림없이 이어갈 것이란 신뢰를 줘야 한다. 이룰 위해 R&D 예산의 조기집행을 서두르고, 축소되는 일이 없을 것이란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투자심리 위축이 실제 투자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야 한다. 특히 정부지원 R&D 예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중소기업들의 고충에 주목해야 한다. R&D 예산이 충분한지 되짚어 보고 보강할 부분은 추가로 예산을 편성하며, 사업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이 필수적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새해 정부의 총 연구개발 예산은 29.6조원으로 2024년보다 11.5%가 늘어났다. 두자릿수의 예산증가는 큰 폭이지만, 2024년에 R&D 예산을 오히려 삭감한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예산삭감 이전인 2023년과 비교하면, 새해 R&D 예산은 3000억원 남짓 늘어나는데 그쳤다. 예산 증가가 아니라 예산 복원이라고 보는게 더 정확할 지경이다.

새해 R&D 예산이 2024년의 예산삭감의 여파를 복구하는데 충분한 수준인지도 의문이다. 하물며 기업들의 R&D 투자심리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새로운 목표까지 달성하는데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하루빨리 R&D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고,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R&D 지원사업을 새롭게 편성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2024년의 예산삭감에 따른 연구중단 여파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새해에는 어느 때보다 R&D에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특히 유념해야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