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위축, 디지털 딜레마…소비 트렌드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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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소비 위축, 디지털 딜레마…소비 트렌드 체크 피벗, 선호, 크로스-젠 소비, 리테일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영향

기사입력2025-02-10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팬데믹 이후 촉발된 디지털 전환 가속화, 경제적 불평등 심화, 산업구조 재편 등은 라이프 스타일과 비즈니스 양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시그널로 소비위축 기류, 취향과 선호도, 세대교체 케미, 리테일 팝업화, 디지털 딜레마 현상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강승혜 대홍기획 데이터인사이트팀 팀장은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최근 개최한 ‘2025 소비트렌드&모바일앱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이를 소개했다. 강 팀장은 ‘광고회사가 본 2025 라이프 시그널’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대홍기획은 매년 소비 트렌드 전방 자료인 라이프 시그널 리포트를 내면서 오픈런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트렌드의 향방을 살펴보고 있으며, 희소성에 대한 열망, 소셜미디어 인증문화, 경험 소비 트렌드가 결합하며 오픈런은 지금 가장 화제성이 높은 것이 무엇인지 가능하게 해주는 소비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오픈런은 팬데믹 이후 더 자주 보게 된 소비문화다. 2020년 초 샤넬 매장에서 가격인상 소식이 전해지며 매장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 선 일이 시작이었다. 이후 한정판 컬래버 상품들, 포켓몬빵, 노티드처럼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상품들이 오픈런의 계보를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오픈런 연관 키워드에서 명품이 사라지고 가성비 제품이나 브랜드들이 등장했다. 샤넬, 롤렉스 등 스테디 명품에 대한 오픈런 연관어 대신 지난해 4월 푸바오가 귀환한 에버랜드, 두바이 초콜릿, 야구 유니폼, 과일이 아낌없이 들어간 성심당 케익, 폭염에 금값 배추, 다이소 가성비 리들샷 등이 오픈런 연관어 상위권에 등장하는 특징을 보이며, 소비심리가 위축된 트렌드를 나타냈다.

강 팀장은 라이프 스타일과 비즈니스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시그널을 포착하기 위해 사람들의 소비와 심리를 ▲경제감각 ▲선호형성 ▲관계운용 ▲구매방식 ▲기술수용 등 5개의 차원으로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경제감각…피벗(PIVOT)의 시대=강 팀장은 저성장의 고착화, 저출산, 고령화, 기술발전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는 이전과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으로의 이행을 촉진했으며 돈, 투자, 소비에도 새로운 접근방식과 태도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3년째 이이어지는 3고(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로 젊은 층의 소비 여력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으면서 팬데믹 기간 중 금융완화, 저금리를 타고 성행했던 YOLO, 플렉스 바람이 사그라들었고, 2022년 무지출챌린지를 거쳐 2023년 초저가 C커머스 득세로 이어진 소비위축 기조는 2024년에도 지속됐다. MZ세대의 근검절약은 과거 기성세대와 달리 적극적인 투자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전년에 이어 여전히 지출이 줄지 않은 분야는 여행이었다. 경제적 부담과 일상의 지장을 최소화하는 가깝고 짧고 세밀한 여행을, 촌캉스가 급성장하며 한 번의 큰 여행보다 여러번의 짧은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강 팀장은 이처럼 가깝고 짧고 세밀하게 로컬의 매력을 탐닉하는 여행 트렌드는 소비 위축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선호형성…각자의 속도=지난해 Z세대의 취향과 선호를 대변한 단어는 ‘추구미’였다. 추구미는 단순히 패션, 스타일의 취향선호를 간명하는 어휘에서 존중받고 싶은 개성이나 롤모델의 의미까지 포괄하게 됐다. 존중받아야 할 나의 취향 혹은 나의 이상적 목표나 지향의 표현으로, 결국 나를 잘 파악해 꾸준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계속해 나가려는 심리의 발전이다.

추구미에서 이상(理想)을 뺀 도달가능미도 부상했다. 나만의 속도를 기준으로 지금 가능한 것에 집중하려는 태도인 도달가능미는 경쟁이나 비교없이, 실패의 위험없이, 경제적 부담도 없이, 나 자신에게만 집중해 묵묵히 해나가면 도달가능한 일들을 찾는 것이다. 독서, 러닝, 뜨개, 필사 등 그저 해내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작은 성취감과 효능감에 몰입하는 추세다.

◇관계운용…크로스-젠(Cross-Gen) 소비=부모와 자녀, 조부모와 손자녀 등 소비의 중추가 되는 세대 교체 케미가 주목받고 있다.

강 팀장은 요즘 부모와 자녀 관계는 권위가 소멸하고 한층 친밀하며, 같은 문화 토양을 공유했을 뿐만 아니라 만혼·비혼 추세 아래 동거기간이 한층 길어지고 있으며, 맞벌이 부부를 대신해 손주 육아에 참여한 조부모들은 나이에 비해 젊고 건강하며 손자녀와의 케미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너무 당연한 가족 중심 가치관, 친구처럼 친밀한 부모와 자녀 그 관계의 시초는 X세대로부터 시작된 것이고, 그들의 자녀가 MZ세대다. 현재 대중문화의 원형을 형성한 개성과 탈권위 세대는 이전 세대 가정과 사뭇 다른 크로스-젠 케미를 형성하고 있다. 밀레니얼 부모 역시 알파세대 자녀와 친밀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특히 알파세대는 밀레니얼 부모의 촘촘한 계획 아래 다채롭고 풍부한 경험과 여가를 누리며 성장하고 있다.

이에따라 패밀리룩, 부자·모녀 여행, 가족형 팝업스토어 등 세대교체 케미를 겨냥한 마케팅 활동도 다양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강 팀장은 최근 손자녀 육아에 참여하는 ‘학조부모’들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확대 중이라며, 한층 건강하고 젊은 고령층이 손자녀와 교감하는 흐름에 맞춘 새로운 제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매방식…리테일 실험=강 팀장은 이커머스는 강자 중심으로 수렴하고 있고, 오프라인 리테일에서 요즘 집객의 key는 팝업스토어라며, 모든 리테일이 팝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티메프 사태와 C커머스의 품질논란은 성장 둔화를 겪던 이커머스 시장에 또 한번의 타격을 가져왔고, 이에따라 이커머스의 안정성과 신뢰도가 한층 중요해지는 계기가 됐다. 강 팀장은 온라인 리테일에서는 쿠팡과 네이버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팬데믹이 끝났지만, 사람들을 오프라인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여전히 특별한 것이 필요한 상황에서 모든 리테일이 팝업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커머스 시장은 지역의 한계가 없으므로 대부분 트래픽이 높은 곳으로 수렴하기 쉽지만, 오프라인 리테일은 배타적 상품이나 서비스가 없다면 집객에 특별한 요소가 필요하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강 팀장은 요즘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라면 반드시 갖추고 있는 집객의 3요소는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 기념이 될 만한 ‘굿즈’, 일련의 ‘체험 코스’라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곳 중 하나인 프로야구장은 집객의 3요소를 예외없이 갖춘 곳이다. 강 팀장은 “결국 중요한 건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라며 “오프라인 리테일 중심 업종에서 고유의 특징과 구색을 넘어서 새로운 업태 실험이 계속되는 이유”라고 했다.

◇기술운용…디지털 딜레마=AI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쉽고 가상과 진짜의 구분이 모호해져 가고 있는데, AI가 반드시 효율을 보여주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대인 서비스에서 AI는 취약한 면을 보이며 환경적 부담도 크다. 한편, 디지털 세상만 알아온 Z세대 이하에서는 도리어 인간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것에 대한 지향이 나타나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지난해 잠실체육관에서 개최한 콘서트는 전석 매진 기록을 보였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가상 전시실과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팝업스토어를 대거 선보이고 나섰다. 강 팀장은 여전히 기술의 개발과 도입, 적용의 혼돈기이지만 일상 속에는 미래가 자연스럽게 들어와 녹아드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술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AI 눈알 붙이기’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AI 데이터라벨링 업무는 엄청난 노동집약적 작업으로 자동으로 알아서 다 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AI 솔루션의 이면에는 사람의 정교한 손 노동이 엄청나게 필요하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또, 기술의 발전과 효율의 논리가 반드시 더 높은 고객만족이나 비용절감을 보장하진 않는다. 최근 AI가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AI 챗봇 상담에 대한 만족도는 20% 수준이며, 회사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뿐만 아니라 AI는 전기먹는 하마로, 에너지 확보를 위해 빅테크 기업들은 원자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