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CVC 투자는 감소…중견기업은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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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대기업 CVC 투자는 감소…중견기업은 증가 “대기업, 스타트업 투자의 전략적 성과 창출에 실패했기 때문”

기사입력2025-03-26 11: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기업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투자가 감소하고 중견기업의 CVC 투자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데, CVC 투자를 활성화해 자금 경색에 시달리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되살리고, 스타트업과 대·중견기업 간 협업으로 상생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최근 발표한 ‘2024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보고서는 최근 국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투자 감소는 대기업 CVC의 투자 감소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CVC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자금을 공급하고, 스타트업 M&A를 촉진해 회수시장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및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투자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반면, 국내 CVC 투자는 여전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3분기까지 글로벌 CVC 투자금액은 전년대비 10%, 미국은 24% 증가한 반면, 국내에서는 9% 감소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대기업 CVC의 투자 축소가 두드러진다고 했다. 대기업 CVC 투자는 2023년 전년대비 63%, 2024년에는 53% 각각 감소했다. 2024년 대기업 CVC 투자는 3056억원이었는데, 이는 2022년 1조7318억원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중견기업 CVC의 비중은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CVC 투자에서 대기업 비중은 2022년 37%에서 2024년 16%까지 줄었지만, 중견기업은 2022년 36%에서 2024년 59%까지 23%p 증가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오픈이노베이션 연계한 질적 향상 초점”=보고서는 대기업이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중단하는 이유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사내부서 CVC 투자 감소가 실물경기 위축으로 인한 기업성과 악화도 있겠지만, 스타트업 투자의 전략적 성과 창출에 실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몇 년간 활발했던 대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이 큰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면, 정부 정책 역시 CVC 투자의 양적 팽창보다는 오픈이노베이션 활동과 연계한 질적 향상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반면, 중견기업 CVC의 투자확대는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중견기업 사내부서 CVC 투자 증가는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웹젠 같은 IT 분야의 신흥 중견기업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견기업은 스타트업 관련 정보가 부족하고 파트너를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중견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관련 애로사항을 반영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외기업 CVC 투자는 2024년 전년대비 90% 증가했지만, 향후 지속적인 투자 증가를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해외기업이 국내 스타트업에 꾸준히 투자하도록 하려면 해외기업 독립법인 CVC의 국내 진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해외기업의 투자는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므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화 관점에서도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기 투자는 줄어들고 후기 투자는 증가=최근 CVC의 투자 행태는 초기(시드) 투자 비중이 줄고, 후기(시리즈 B, C 이상) 투자 비중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확보 보다는 실질적인 전략적 시너지 창출을 목적으로 한 투자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CVC의 시드 투자 비중은 2016년 37%에서 2024년 19%까지 -18%p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프리A는 14%에서 19%로, 시리즈B는 13%서 19%로, 시리즈C 이상 라운드 투자는 6%에서 15%로 늘어났다.

시드 투자는 재무적 관점의 리스크가 너무 크고 대·중견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사업화까지 기다려야 하는 기간이 길다. 따라서 기존 사업과의 직접적인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시리즈B나 시리스C 이상 라운드의 투자가 늘어난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CVC 투자 1위는 바이오·의료·헬스케어=산업분야별 CVC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분석 기간 내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산업분야는 바이오·의료·헬스케어 분야였다. 바이오·의료·헬스케어 분야는 2018년을 제외하고 매년 투자금액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게임, 모빌리티, 금융, 콘텐츠 순서로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금융 분야는 2024년 Top 10에 진입하지 못하는 등 최근 투자가 많이 위축된 모습이다. 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가 최근 Top 10 상위권에 진입했고 엔터프라이즈·보안, 음식·외식 분야는 앞서 열거한 하이테크 분야만큼은 아니지만 매년 Top 10에 속하며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CVC 투자 행태는 무형자산 확보 목적인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바이오·의료·헬스케어, 모빌리티, 엔터프라이즈·보안, 콘텐츠, 게임 분야는 지식재산권이 중요한 산업분야다. 또한 CVC 투자가 활발한 음식·외식, 패션·뷰티, 쇼핑은 지식재산권은 아니지만, 브랜드나 고객 등의 무형자산이 중요한 분야다. 기업이 CVC 투자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무형자산 확보를 시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견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 필요=보고서는 중견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를 제안했다.

국내 CVC 투자에서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지만, 중견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은 제한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중견기업 스타트업 협업 현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견기업 56.0%가 언급한 가장 큰 어려움은 스타트업 관련 정보 부족이다. 중견기업이 스타트업과 협업을 원하더라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도움이 될만한 스타트업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견기업을 통한 스타트업PoC(개념검증)관련 정부 지원사업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