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대상 비하하는 음악은 ‘문화’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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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특정대상 비하하는 음악은 ‘문화’가 될 수 없다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서 자극적 가사 용납해선 안돼

기사입력2015-07-15 13:12

채송화 기자 (songhwa0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Mnet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 4’가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출연자 중 한 명인 아이돌 가수가 여성비하 가사의 랩을 했고, 이를 그대로 방송으로 내보낸 것이다. 문제가 된 가사는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리 벌려”라는 부분이다. 자유로운 정신을 추구한다는 힙합은 특정 대상, 특히 여성을 비하하는 가사를 곧잘 쓰곤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대체 이들이 외치는 힙합의 본질이 무엇이며, 대중이 앞으로 어느 선까지 수용해줘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 방송이 끝난 후 여론은 물론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들고 일어섰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자신이 저격한 여성들이 자기 앞에서 산부인과처럼 다리를 다 벌린다는 뜻의 내용으로 해석돼 이 내용을 듣는 여성들은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다”며 “이 방송을 시청한 10대 청소년들에게는 잘못된 성적 가치관 및 산부인과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산부인과에 검진을 받아야 할 젊은 여성들이 산부인과 방문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산부인과를 제 때 방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해당 가수는 사과문을 통해 “쟁쟁한 래퍼들과의 경쟁 프로그램 안에서 그들보다 더 자극적인 단어를 선택하고 가사를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대중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힙합은 젊은층에게 사랑받는 음악 장르 중 하나다. 부조리한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가사를 담은 곡들이 젊은 세대들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힙합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다수에게 또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이들에게 불쾌감과 상처를 주는 음악은 결코 하나의 문화로 존중받으며 발전할 수 없다.

신예 래퍼들을 키우겠다며 시작한 쇼미더머니 프로그램의 취지도 지켜지길 바란다. 출연자들이 부르는 자극적인 가사와 돌발 행동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긴 하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들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오래 갈 수 없는 일이다. 인터뷰 도중 바지를 내리는 출연자, 학창시절 좋아했던 여성의 신체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강간하는 내용의 가사가 담긴 곡을 앨범에 수록하고 있는 출연자들은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를 대중에게 알리고 실력있는 뮤지션들을 발굴해 내는 방송으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