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은 순직 아니라는 자의적인 해석, 법에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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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비정규직은 순직 아니라는 자의적인 해석, 법에 어긋나 학생들 살리기 위해 목숨 바친 세월호 교사들, 순직 인정해야

기사입력2015-08-03 10:45

윤주희 기자 (jooheey15@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기간제 교사 김초원·이지혜씨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회견은 최근 인사혁신처가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순직 신청을 최종 반려한 데 대해 항의하고, 순직 인정 재심사를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지난달 2일 인사혁신처는 두 교사 유족이 제출한 순직 인정 신청에 대해 반려를 통보했다. 당시 인사혁신처는 ‘순직유족급여 청구에 대한 회신’ 공문에서 “기간제 교원(민간근로자)은 현행 법체계상 정규 교원(공무원)과 다른 사회보장제도를 적용받고 있으며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사망’에 따라 보상이 이뤄진다”며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에 문의 및 필요한 행정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밝혔다. 즉,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연금법에 해당이 안 되는 일반 산업재해 근로자이기 때문에 순직이 아닌 산업재해를 신청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행 교육공무원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교육공무원은 “교육기관에 근무하는 교원 및 조교”라고 규정돼 있다. 또한 같은 법 제32조에는 “각급 학교 임용권자는 교원 보충이 불가피한 경우 등에 교원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교원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명시해 기간제 교사도 교육공무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두 기간제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는데 법률적 하자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중앙법원은 지난 2012년 “업무의 성격이나 종류에 있어 일반 교사와 기간제 교사 간의 차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실제 두 교사는 담임교사로서 정규직 교사와 동일한 공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일 세월호 5층 객실에 있었지만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4층으로 내려갔다가 결국 구조되지 못하고 숨졌다. 근로형태상 기간제였을지는 몰라도 자질과 능력만큼은 정규직과 다르지 않았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인사혁신처의 순직 인정 불가 방침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특히 현행법으로나 국민적 여론으로나 충분히 순직 인정이 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인사혁신처는 이제라도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순직 인정 여부를 인정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학생들을 위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았던 스승의 열정을 고용형태로만 평가하는 자의적인 행태를 버리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