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부지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 갈등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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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한전부지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 갈등 최고조 강남구 “강남구 우선 사용해야” VS 서울시 “이해하기 힘든 주장”

기사입력2015-08-13 00:00

윤주희 기자 (jooheey15@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현대차그룹의 공공기여금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강남구>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각으로 발생하는 1조7000억원 규모의 공공기여금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기여금을 송파구 잠실운동장에도 사용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강남구는 법적 소송으로 이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12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지난 5월21일 국제교류복합지구에 잠실운동장을 포함하는 내용을 결정고시하는 과정에서 재원조달방안과 경관계획·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과 환경영향평가법 등을 위반한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일 이전까지 강남구민들의 이름으로 서울시의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에 대한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신 청장은 또한 “‘운동장’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할 수 없음에도 서울시는 잠실운동장 일대까지를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결정했다”며 “이것 역시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있는 행정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12일 오후 발표한 반박자료에서 “서울시의 고시는 국토계획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적법한 행정절차이며, 강남구의 주장은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과 ‘지구단위계획 결정’을 혼동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시는 국토계획법에 따라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잠실운동장까지 확장해 지정하는 절차만 진행했으며,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포함하고 있는 지구단위계획 결정은 앞으로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구단위 계획을 결정할 때 정해야 하는 재원조달방안 작성, 경관계획 수립, 전략환경영향평가 실시 등은 모두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지구단위계획으로 ‘운동장’을 결정할 수 없다는 강남구의 주장에 대해서는 “고시된 지구단위계획의 ‘운동장’은 이번에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한 것이 아니며, 1986년에 이미 결정돼 있던 것을 계획적 관리차원에서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 포함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결정된 도시계획시설을 계획구역 내 포함하는 것은 국토교통부와 질의·회신을 통해 이미 인정받은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국제교류복합지구 계획구역

<자료=서울시>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은 지난 3월 서울시가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안을 열람공고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시는 한전과 서울의료원의 지방 이전으로 생긴 12만㎡의 부지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개발하는 것과 관련해, 한전부지 등을 코엑스, 잠실종합운동장 등과 한데 묶어 컨벤션·국제업무·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강남의 글로벌 교류지역으로 만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에 대해 강남구는 “서울시가 코엑스 일대로만 지정돼 있던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일방적으로 잠실운동장 일대까지 확대시켰다”며 “이는 한전부지 개발로 발생하는 막대한 공공기여금을 서울시 소유의 잠실운동장 일대에 투입해 수익사업을 하려는 저의”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은 지난해 4월에 이미 발표된 사안”이라며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계획의 일관성 확보와 기반시설 정비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강남구는 공공기여금 전액을 영동대로 개발 등 강남구 주민들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고 낡은 지역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데 사용하자고 주장해 왔다. 더불어 강남구에서 발생한 공공기여금을 송파구 땅인 잠실운동장 개발에 쓰는 것 역시 반대한다고 밝혀 왔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강남구민으로 구성된 강남구범구민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월 삼성동 한전 본사 앞에서 강남구민 5000여명(경찰추산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의 사업추진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신 청장 역시 구청 직원과 주민 40여명을 이끌고 서울시청사 로비에서 1시간여 동안 농성을 벌였다.

강남구 논현동에 설치된 현수막. 한전 부지 개발 공공기여금 사용과 관련해 서울시를 비판하고 강남구청을 옹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11일 ‘국제교류복합지구 관련 현안 설명자료’를 내고 “한전부지 공공기여금은 국토법 시행령 제42조의2제②항에 따라 국제교류복합지구 안에 위치한 강남구와 송파구의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쓰일 것”이라면서 “강남구가 공공기여금을 우선 사용하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서울시는 또한 지난 6월 강남구가 한전 부지 내 변전소 이전·신축 허가를 불허한 것과 관련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강남구는 지난해 9월 삼성동 한전 부지의 새 주인이 현대차그룹으로 정해지자 보도자료를 내고 “앞으로 한전 부지 일대를 세계 최고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로 개발하는 데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서울시와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이날 강남구의 소송대응 선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서울시의 부지개발 사업은 특정 지역만의 개발이 아니라 서울의 미래를 위한 것이므로 그에 따른 이익 또한 서울시민 전체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서울의 균형발전과 서울시민의 행복이라는 대의에 서울시와 전 자치구가 뜻을 모으고, 공공기여 제도개선에 함께 힘을 합하자”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협의회는 지난 6월24일 공공기여금의 사용 범위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는 법령 개정안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을 강남권 외에도 기반시설 설치가 필요한 지역에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번 성명에는 강남·서초·송파·중랑·중구 등 새누리당 소속 구청장 5명은 참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