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는 마음’ 수집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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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돈보다는 마음’ 수집의 즐거움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CEO들의 미술작품 컬렉션 문화

기사입력2014-03-18 14:18

김현성 객원 기자 (artmanse21@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취미가 있는 삶은 즐겁다. 그것이 수집일 경우 모을 때 즐겁고 감상하는 기쁨 역시 특별하다. 필자도 어릴 적 딱지나 구슬을 모으다가 중학생 시절에는 친구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졌던 우표를 모으기도 했다. 그 열정이 오래가진 않았지만, 우표수집에 빠졌을 때는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갤러리를 운영하며 그림 소품을 하나둘씩 모으고 있지만 늘 그 밑바닥에는 경제적인 문제들이 걸림돌이 되곤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수집을 해 온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제적인 문제는 후순위에 불과하다. 돈이 충분하면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 말 또한 단편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수집의 제1순위로 ‘뜨거운 마음’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의 힘이 부족한 비용도 보완해 준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조선의 고유문화를 무시하는 일본 정부의 정책에 항의를 했던 일본 민예운동의 창시자이자 종교철학자, 미술비평가인 야나기 무네요시는 수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본능의 하나다. 수집이 본능의 하나임을 자각하고 나면 마음은 분망해진다.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들어 있는 자에게 수집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모든 것을 이성으로 처리하는 자에게도 수집은 없다. 이 길로 들어서면 어느 누구라 할 것 없이 수집에 열중한다. 앞으로도 나는 없는 돈을 털어내어 수집 일을 지속할 것이다. 나는 그 일을 통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를 느낀다”

이 정도의 삶이면 무조건 모자 벗고 존경의 예를 다해야 한다. 그는 조선의 도자기나 질그릇, 대검, 반죽그릇, 가마솥 등 민간에서 쓰이는 생활용품을 민예라 이름 짓고 그 미적 가치를 찾아내 의미를 부여하고 재발견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화가 렘브란트(1606~1669년) 또한 타고난 그림 수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네덜란드의 대학도시 레이덴에서 태어났다. 그가 말년에 가난으로 가장 고통 받았던 것이 빵이 아니라 그림 수집을 더 이상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면 할 말 다했다. 그는 명화를 모으는 데 가진 돈을 모두 사용해 말년에는 자식에게 생활비를 의존해야만 할 정도로 가난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가 그림 수집에 몰입했던 이유는 누구보다도 예술작품의 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궁핍한 삶의 괴로움보다도, 그림을 사는 즐거움 쪽이 훨씬 더 강렬했던 것이다. 렘브란트의 그림에 매료된 반 고흐는 그의 부식동판화 작품이나 복제화 등을 수집하기도 했다. 심지어 렘브란트가 살았던 집을 찾아 직접 브레드스트라트까지 가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존경할만한 수집가가 수두룩하다. 40여년간 미술품과 문화재를 수집해 온 코리아나 유상옥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해외 출장길에 유명 화장품 회사가 운영하는 미술관들을 관람하면서 그림 수집에 대한 열정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그의 열망은 현재 스페이스 씨에 전시돼 있다.

여전히 미술품 수집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몇몇 권력자나 재벌들의 부정축재 때문이다. 그 여파는 예술가들의 생계와 창작의욕을 꺾는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문화적 질을 위축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의의 수집가,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CEO들의 미술작품 컬렉션 문화가 들불처럼 번지는 시대가 오지 말란 법은 없다.[아트매니지먼트그룹 ㈜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