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환경을 잇다…우리 땅을 지키는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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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사람과 환경을 잇다…우리 땅을 지키는 ‘농업’ 이동과정 짧으면 탄소배출도 감소…‘대한민국 농업박람회’

기사입력2024-09-25 00:00

“꽃이 활짝 피어야 할 봄철에 장마철처럼 비가 오고, 추워야 정상인 겨울철에는 더 이상 춥지 않죠. 그러다 보니 봄철 꿀벌의 면역력에 문제가 생기고, 여왕벌이 겨울을 봄으로 착각해 알을 낳아 일벌들이 봉구 짓기 대신 밖으로 나가 일을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양봉업자들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농촌기업브랜드 신비의 박넝쿨 대표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기후 변화가 꿀벌의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목소리를 높여 설명했다.

3년째 익산시 농촌활력 지원센터 청년 인큐베이팅 활동가로서 대한민국 농업박람회에 초청받고 있는 박넝쿨 대표는 미래세대에게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인지시키고, 꿀벌을 왜 지켜야 하는지 공감대 형성을 위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지난 5일부터 4일간 서울시 aT센터에서 개최한 ‘2024 대한민국 농업박람회’는 농업과 농촌의 가치와 미래 비전을 통해 우리의 삶을 조망하는 시간을 선사했다.

한 어린이가 농촌기업브랜드 신비가 준비한, 이제 막 알에서 태어난 꿀벌이 있는 벌통을 살펴보고 있다. 꿀벌은 태어난 지 6일째까지는 내부에서만 생활하며, 6일째 이후부터 놀이 비행을 하면서 날 준비를 한다. 박넝쿨 대표는 봉독은 벌꿀이 태어난 지 15일 이후부터 활성화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벌꿀을 체험하기에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기이코노미

기후 위기…우리 땅과 지구를 지키는 산업은 농업

박넝쿨 대표는 2018년 청년 창업농 1기로 귀농해 전북 익산시에 터를 잡은 젊은 농부다. 양봉산업으로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가 농업박람회에서 어린이를 위한 꿀벌 체험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22년부터 농부로서 기후 위기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박넝쿨 대표는 “2022년부터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 때문에 꿀벌 유통 값이 2배 이상 올랐다. 이때부터 꿀벌 실종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며, “봄철에 월동 벌을 깨웠을 때 폐사가 돼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 조사는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히 규명된 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식물의 70%가 꿀벌의 수분 작업을 통해 열매가 맺히고, 씨앗이 떨어져 생태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꿀벌은 식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딸기의 경우에는 100% 수정벌에 의해 생산된다”며, 식량안보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박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기술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먼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즉, ‘꿀벌=양봉 산물 생산’이 아닌 ‘공익적인 가치를 위해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을 교육을 통해 알려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는 이제 막 태어난 꿀벌이 들어 있는 벌통을 들고 교육부스를 차렸다. 아이들의 관심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체험을 통해 살아있는 교육을 하기 위함이다.

그는 “벌집의 원료가 밀랍이다. 아이들이 체험하면서 가깝게 여길 수 있도록 밀랍초 만들기 키트, 여왕벌, 일벌 모형을 통해 꿀벌의 종류와 형태, 역할 등 전반적인 꿀벌 사회를 설명하고 있다”며, “변화하고 있는 기후에 대해 과학자들은 이미 늦었다고 하지만, 우리가 노력하면 다음 세대가 살아갈 지구환경 문제가 조금은 늦춰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꿀벌과 연관 지어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친환경농산물 자조금 관리위원회 부스에 놓인 우리 농산물. 친환경 쌀을 생산중인 한 농부는 “내일 지구가 망한다고 해도 친환경 농업을 고수하겠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친환경농산물 자조금 관리위원회 김윤정 홍보팀장이 박람회에 전시한 친환경 제철 농산물을 정리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소비하는 것만으로 지구환경을 지킬 수 있다면 당신의 선택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하겠는가. 친환경농산물 자조금 관리위원회의 질문이다.

합성농약과 화학비료, 항생·항균제 등 화학 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사람의 노동력을 투입해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은 고유의 향과 맛이 살아 있고 항산화 성분도 높아 맛과,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그리고, 모두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일반 농산물에 비해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 실제로 멜론의 경우 1000~1500원 정도 더 비싼 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이처럼 소비자의 낮은 소비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부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한다.

친환경농산물 자조금 관리위원회 홍보팀 김윤정 팀장은 중기이코노미에 “친환경 농산물에 대해 소비자와 공감하기 위해 박람회에 제철 농산물을 전시했다”며, “친환경 농업인이 전체 농업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 정도로 약 4만5000명~5만명이다. 이들의 땀과 노고를 알리기 위해 농부들이 농산물을 생산한 후 소감도 적어놨다”고 말했다.

농부들의 메모를 보면,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농산물을 재배하는지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오염된 땅을 살리고, 지속 가능한 농법을 통해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지구를 지킨다’는 내용이 다수를 차지했다.

김 팀장은 “농민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협회가 노력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관심”이라며, “현재 학교 급식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데, 앞으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접근성 확대가 먼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되는 만큼 잉여되는 농산물이 없도록 소비 자체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부스 관계자가 국산우유의 우수성을 설명하며 관람객들을 위해 시음 준비를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낙농 선진국보다 우리 우유가 까다롭게 관리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푸른 초지에서 자유자재로 풀을 뜯으며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젖소가 최상급의 우유를 생산할 거라 믿는다. 하지만, 이는 오해일 수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부스 관계자는 “낙농 선진국이라고 알려진 네덜란드, 폴란드 등 유럽의 나라들보다 대한민국 우유가 까다롭게 관리되고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체세포 수와 세균 수가 낮을수록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국산 우유의 경우 체세포 수가 20만개 미만, 세균 수는 3만개 미만이어야 각각 1등급, 1A 등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와 독일의 경우 각각 40만개 미만과 10만개 미만이면 1등급, 1A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젖소가 건강할수록 체세포 수가 적고, 착유 환경이 깨끗할수록 세균 수가 적다”며, “우유의 맛은 등급이 결정”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유럽의 방목만을 이상향으로 꼽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우리나라 농가 대다수는 200두 이상의 어마어마한 수의 소를 관리하다 보니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다”며, “소가 출산을 하게 되면 착유를 매일 해줘야 한다. 이걸 안 해주면 사람과 똑같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소의 먹이와 착유 시스템 등이 체계화돼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수입산 멸균우유는 선박으로 오다 보니 운송기간이 최소 90일 이상 걸리지만, 국산 우유는 3일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신선함을 강조했다.

국산밀·콩 신제품 홍보관에 전시된 제품들. ©중기이코노미

우리 땅에서 난 우리 밀과 콩을 알리기 위해 나온 기관도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국산 밀·콩 신제품 홍보관에는 국산밀·국산콩 제품화 패키지 지원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의 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홍보관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국산밀과 콩을 사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업체들에 원료 구매부터 패키지 마케팅까지 전 과정의 비용 중에서 50%를 국가보조로 지원해주는 사업”이라며, “밀가루 기준으로 우리밀이 약 2배 이상 비싸지만, 이런 높은 가격 문제도 지원책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산밀과 콩은 수입산보다 항산화 기능이 우수하고, 면역기능을 촉진하는 성분이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탄소배출을 적게 배출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 관계자는 “국산 제품의 경우 항공과 선박 등 이동 과정에서 나오는 석탄 에너지와 석유, 가스 등이 적게 배출돼 그만큼 탄소발자국이 적다”며, “국산 밀의 평균 거리는 수입산 대비 1/30 정도”라고 말했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혜택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농수산물을 구입하는 데 있어 직접적인 혜택을 느끼는 부분은 가격일 것이다.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되는 가격은 낮추면서 시공간 제약 없이 전국 단위로 통합거래가 가능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가락시장’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 부스의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농민들이 농수산물을 팔 때 보통 도매시장에 간다. 하지만, 여기서 경쟁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저렴한 입찰가격을 제시해 손해를 보기도 한다”며, “온라인 도매시장은 판매자들이 효율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정찰제로 운영하고, 농수산물도 생산자가 직접 올린다”고 했다.

즉,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인 셈이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경로가 ‘산지-도매법인 혹은 중도매인-소매상’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도매시장에서 최소 20~30%의 할증 수수료와 운송비 등이 붙기 마련이다. 이는 농민들의 유통마진을 낮출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온라인 도매시장 플랫폼에서는 선 거래, 후 물류 방식으로 물류비용을 줄이고, 기존의 유통단계를 축소해 농가의 이익은 극대화하면서 최종 가격은 낮춘다.

그는 “온라인 마트와 다른 점은 소비자가 아닌 소매상들이 구매하는 시스템”이라며, “그야말로 도매시장을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작년 11월30일에 출범했는데 지난 1월에는 64억원이었던 거래량이 7월에는 470억원으로 늘었고, 8월에는 거래실적 2000억원을 달성했다”며, “이에 따라 농가 수취가 4.3% 상승, 출하 및 도매 단계 비용은 9.9%, 탄소 배출량은 1669.8kg 절감했다”고 뿌듯해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