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뿌리기술’에 첨단·핵심 기술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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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제조 ‘뿌리기술’에 첨단·핵심 기술 미래가 있다 뿌리산업의 현재와 미래…2025 대한민국 고기능소재위크

기사입력2025-04-01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지켐 제품 ©중기이코노미

“표면 특성 개선 처리제인데, 이 제품의 핵심은 각 기업의 요청사항에 맞추기 위해 화학적인 모디파이(Modify)를 통해 원래 물성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개질 기술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닙니다. 다년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에 기반한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술력입니다.”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인천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된 ‘2025 대한민국 고기능소재위크’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이지켐 관계자가 가전, 자동차, 일반 산업용 등 다양한 기재에 활용되는 표면 처리제를 소개하며 한 말이다.

첨단기술의 발전을 리드하고, 관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한 내용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제조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탄탄하게 다져진 제조업은 미래 핵심기술과 첨단산업 발전을 가속하는 원천이자 근간이 된다. 우리 제조업의 저변에는 뿌리기술이 있다. 이들 기업은 탄소중립, AI 등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따라 새로운 해법을 마련하며 사업 역량을 키우고, 확장해 나가고 있다.

중기이코노미가 2025 대한민국 고기능소재위크에 참여한 기업을 만나,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어떻게 부응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또한, 이들 기업의 애로사항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살펴봤다.

기술로 승부…소재·부품을 더 견고하고 우수하게

첨단기술이나 핵심기술 제품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은 여러 가공 공정을 거치며 고유의 특성보다 더 향상된 기능과 형상을 지니게 된다. 그 중 소재를 분쇄, 분산하는 기술은 섬세하고 균일한 결과물이 중요한 페인트, 화장품, 전자재료에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이다.

인텍시스템의 분쇄, 분산 장비 ©중기이코노미

㈜인텍시스템 최영철 대표는 “보라색의 화장품을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수백개의 보라색 중에서도 101번에 해당하는 보라색이 필요하다면, 그 안에 들어가는 파란색과 빨간색을 정확히 조합해 잘 섞어줘야 한다. 만약 제대로 섞지 않을 경우 응어리가 뭉쳐있어 점이 곳곳에 보이게 된다”며, 분쇄와 분산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그나마 화장품의 경우에는 사람의 눈에 거슬리지만 않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실버, 카본, 세라믹 등 전자재료의 경우에는 마이크로나 나노미터 단위로 깨지고, 섞여야 제품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삼원색으로 색을 구현하는 TV나 스마트폰 모니터를 예로 들었을 때, 각각의 색이 분산되지 않으면 멀리서 봤을 때 검은 점이 보이는 현상과 같다.

최영철 대표는 “배터리 쪽의 소재 중에는 뭉쳐 있고, 잘 깨지지 않는 소재가 많아 물리적인 힘을 가해 큰 입자는 깨뜨리고, 깨진 입자들을 서로 비벼주면서 섞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럴 때 많은 양의 작업을 여러 번, 빠른 속도로 하기 위해 특수장비가 필요한데, 우리가 선보인 장비는 사용자가 숫자로 맞춰가며 손쉽게 마이크로 단위까지 조정이 가능하다”며, “현미경 등 분석장비를 통해 분산이 잘 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신뢰성을 더했다”고 소개했다.

한솔테크닉스의 UV LED 경화기 ©중기이코노미

균일한 세기와 양으로 열을 고르게 발생시켜 소재를 건조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이런 소재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 경화를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굳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생산성이 떨어진다.

한솔테크닉스㈜는 UV LED 경화기를 들고나왔다. 이 회사의 이수봉 책임은 “접착제나 잉크와 같은 소재를 경화시키는 용도”라며, “균일한 UV 빛을 쐬어 즉각적으로 경화를 시키면 생산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다. 특히 인쇄업체에서는 잉크가 마를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이 바로 인쇄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임에 따르면, 이전에는 램프를 활용했는데, 열이 많이 나는 램프 특성상 뜨겁기만 하고 효율이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유해한 파장과 오존이 함께 방출돼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 별도의 환기시설을 구축해야만 했다. 하지만, UV LED로 대체되고, 점점 기술력도 발전하면서 높은 방열 효율과 안정된 수명, 높은 파워로 경화를 손쉽게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균일한 조사와 고출력 조사는 물론, 단계별로 밝기 조절이 가능한 데다 한 번에 약 1만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며, “소비 전력이 낮고, 별도의 배기 장치가 필요하지 않아 빠른 생산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제이오텍의 배터리 시험 챔버 ©중기이코노미

배터리 업계는 설비와 생산 능력 외에 안정성이 빠질 수 없다. 배터리는 특성상 환경이나 여러 가지 이슈에 의해 스스로 불이 날 수도 있어 제조공장과 연구소에서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지만, 문제는 테스트 전, 후 혹은 완제품 배터리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곳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게다가 보통 이온 배터리, 소형 배터리 등을 테스트할 때 캐비넷 안에 보관하는데, 갑자기 화재가 나면 재빨리 손을 쓸 방법이 없고, 진압도 쉽지 않아 대피나 소방 활동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제이오텍(JEIO TECH)은 배터리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작년부터 리튬 이온 배터리 보관함 개발에 들어가 오는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자동차, ESS, 스마트폰 등 우리 생활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증가하는 사용량만큼 배터리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며, “배터리 화재의 대표적인 원인은 높은 온도와 충전 중 과전류, 물리적 손상이 대표적이다. 특히 전해질이 증발하는 70℃에 도달하면 연쇄 반응에 의해 열 폭주가 일어나기 때문에 적어도 70℃ 미만으로 유지할 수 있는 환경에서 배터리 보관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의 배터리 보관함은 내부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배터리 폭주 전조증상을 실시간 감지해 시각, 청각 알림을 제공한다.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연기별로 감지해 초기에 진화할 수 있도록 감지시스템도 탑재했다. 화재 시에는 소화액을 주입하는 주수소화장치를 통해 화재를 신속하게 억제하도록 했다. 또한, 배터리가 폭발하더라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배터리 보관함 외에도 배터리 테스트 중 화재를 예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한 배터리 시험 챔버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여러 사건,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겪으면서 업계의 인식이 바뀌고 있고, 실제로 여러 배터리, 반도체 업계에서 보관함과 시험 챔버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보관함을 들이는 게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에 망설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여전히 업계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법 조항…소규모 기업 돕는다

표면처리업은 뿌리산업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업종으로, 인천시에만 550개의 기업이 몰려 있다. ©중기이코노미

소규모 기업이 몰려 있는 뿌리산업계 특성상, 관련 기업들은 정보의 부재로 인해 다양한 애로사항에 부딪히기도 한다. 특히, 기계류, 자동차 부품류, 반도체 부품을 중국, 베트남 등 아세안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등에 주로 수출하는 소기업이 몰려있는 인천시의 경우, 정보의 부족으로 수출 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또한, 상대국과의 이해 충돌로 해외통관에 문제가 발생해 난감한 일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천본부세관 한 관계자는 “해외통관 시, FTA 특혜를 받으려면 한국산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며, “이 증명서를 각국의 세관에 제출하면 관세를 감면받을 수 있지만, 아직 이런 사항을 모르는 중소기업이 많다. 이에 우리가 나서서 안내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산지증명서를 받았다 하더라도 예기치 않은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이 FTA 원산지증명서와 관련해 무역 거래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 가장 많은 애로가 발생하는 국가는 인도와 베트남이다.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인도는 국토 면적이 넓고, 통신 등 기반시설이 열악해 정보전달이 원활하지 못하다 보니 협정 체결국 중 통관 애로사항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특히, 우리 관세청에서 인도에 원산지증명서 발급권자의 서명 정보를 통보하는데도 지방 각 세관까지 정보가 신속히 전달되지 못해 잦은 문제가 생긴다. 인도 세관이 보유 중인 한국 세관 직원의 서명과 다르다고 해서 한국 세관에서 발급한 원산지증명서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베트남의 경우에도 원산지증명서의 형식적 불일치 및 자의적인 해석으로 인해 원산지증명서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 이에 인천본부세관은 통관지연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유효한 서명권자임을 증빙하는 서류와 함께 협조 서한문을 작성에 업체 측에 전달함으로써 통관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한다.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 협정사항에 따라 처리해 줄 것을 상대국 세관에 영문 서한을 보내며 대신 처리를 해주기도 한다”며, “이외에도 원산지증명서 발급을 어려워하는 기업에 세세하게 알려주고, 일일이 건당 신청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발급되는 방법 등 편리한 제도도 안내해 주고 있다”고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법 개정과 수많은 제재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체도 많다. 특히 열악한 환경의 소규모 공장이 몰려있는 표면처리업계는 제품 생산 시 이런 정보의 부재로 인해 애로사항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인천표면처리협동조합 장석복 전무이사는 “표면처리업계는 화학물질관리법, 수질안전보건법, 산업안전보건법, 대기오염방지법 등 감당해야 할 법 조항이 너무 많다”며, “소규모 공장에서 이런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인지하고, 고려하는 것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뿌리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업종이 표면처리업이다. 국가에서는 표면처리업계에 지원을 많이 해주겠다고 하지만, 영세기업 입장에서는 매번 달라지는 법 조항에 익숙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며, “현재 인천시에만 550개의 표면처리 기업이 있는데, 이는 전국의 표면처리 업체 수의 8.8% 규모”라며, “표면처리 업체가 모여 상생을 도모하고 일일이 개인적으로 풀어갈 수 없는 법적인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동조합 운영을 통해 풀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