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예상보다 낮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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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예상보다 낮을수도” 원전·화력·송전선 증설 등 시설확충 보다 전력산업 구조개혁 필요

기사입력2025-04-01 09:4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한상공회의소와 Carbon Free 연합은 31일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AI 산업이 발전하면서 데이터센터를 확충해야 하고 이로인해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전력업계는 원전·화력·송전선 증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무작정 설비를 확충할 것이 아니라 효율성을 추구하고 구조개혁을 통해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IT부분의 에너지 효율 혁신속도가 그만큼 빨라 예상한만큼 전력수요가 폭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도 그 중 하나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대한상공회의소와 Carbon Free 연합이 31일 개최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AI시대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이렇게 제안했다. 원전·화력·송전선 증설 등 설비확충 보다는 효율혁신과 구조개혁이 AI 대응전략이라는 얘기다.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예상보다 낮다=골드만 삭스 등 해외 컨설팅기관들은 2030년까지 국내외에서 AI로 인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IEA(국제에너지기구)의 2024년 세계에너지전망에서는 전력수요를 이보다 낮게 예상했다.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등장한 이후, 소프트웨어 개선만으로도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석광훈 전문위원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거대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추정치는 실제보다 인프라투자 확대에 대한 미국 전력업계의 욕구가 더 많이 반영됐다’, ‘닷컴버블 붕괴와 현재 AI 데이터센터 붐은 시장수요에 대한 과대평가와 효율개선 혁신에 대한 과소평가라는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석 전문위원은 닷컴버블 당시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이 대중화되면 10년 내 미국 전력수요의 절반을 디지털 경제가 차지할 것이므로, 석탄 발전이나 신규 발전소 건설에 집중해야 한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IT부분의 에너지 효율 개선속도에 대해 무시했기 때문에 이런 빗나간 전력수요를 예측했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AI 분야에서는 반도체 혁신과 AI 모델 혁신의 융합효과로 에너지 효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GB200서버랙의 연산속도는 4배 증가했지만, 전산처리당 전력소비량은 25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딥시크의 R1 훈련과정에서 전력소비는 OpenAI 대비 10분의 1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력산업 효율성 높이면 충분히 대응”=따라서 석 전문위원은 전력수요 확대에 대비한 미국식 무한 투자모델이 국내 여건에는 부적합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국내 전력산업은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어, 한국전력공사의 수직독점체제는 국내 전력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이며, 과거 우리나라가 IT강국이었던 시절조차 한전 독점아래 국내 전력시장 혁신은 외면돼 세계 추세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수도권 전력문제는 송전선 부족이 아닌 외부 송전의존도가 높아 전압안정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임에도, 한전은 수도권에 송전선 증설을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석 전문위원에 따르면 동해안, 서해안 등 외부 발전소로부터 수도권에 공급되는 7개의 초고압 송전선 중 하나라도 고장이 나게 되면 광역 정전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현재 수도권 송전설비 이용률의 25% 이하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수도권에 집중된 신규 산업의 전력수요를 지방으로 분산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며, 산업 전력수요가 지방으로 분산되면 수도권의 송전설비 이용률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RE100 이행…한전의 독점체제 개혁 필요”=전력산업 혁신 경험은 스웨덴과 영국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스웨덴은 1996년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도매전력 입찰시장을 4개로 분리했다. 입찰결과 결정된 지역별 도매전기요금은 입찰참여 소매전기사업자에게 부과되고, 소매전기요금도 지역별로 차등화했다. 스웨덴의 150여개 소매전기사업자들은 다양한 변동형 요금제로 시간과 지역에 따른 도매전력 원가를 소매요금에 반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극심하던 스웨덴의 남북간 전력수급 불균형이 완화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IT기업이 전력시장에 진입해 전력시장 혁신을 이룬 사례다. ‘옥토퍼스 에너지’는 100%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조달해 소비자들에게 공급한다는 원칙으로, 2015년 창업한 정보통신기술 기반 신생 전력회사다. 옥토퍼스 에너지는 고객 여건과 시간에 따른 72개 다양한 변동형 요금제를 통해 전력망 안정을 이뤘으며, 재생에너지의 출력제한을 최소화했다. 옥토퍼스 에너지는 100% 재생에너지와 변동형 요금제를 주력상품으로 내세우며, 2023년 말 기준 영국 전력시장 1위에 올랐다. 또한 자가용 태양광, 가졍용 배터리, 히트펌프, 전기차 등을 보유한 소비자들과 투명한 양방향 전력거래를 통해 소비자들의 능동적인 시장참여를 실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석 연구위원은 한전이 수도권 전력문제가 송전선 부족이 아니라 높은 송전의존도에 따른 전압안정도의 문제임에도, 수도권 송전선 증설을 지속하는 이유는 원전과 석탄사업자들과의 이해관계가 배경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난립된 송배전 문제는 IT부문에서 머신러닝, 자동제어계측 혁신으로 돌파해야 할 문제이지만, 한전의 독점체제는 이를 불허하고 고비용·장시간 인프라 확장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고도 했다.

석 연구위원은 한전과 정부·국회간 정보비대칭, 발송배전판매 수직독점, 경직적인 전기요금, 계통제약·송전혼잡·송전선 지역갈등 등이 RE100 이행과 분산전원 확대를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고 분석하고, 국내 전력시장 효율화를 위해서는 한전의 독점체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