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사업 ‘MB때 서울시 9호선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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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민자사업 ‘MB때 서울시 9호선을 기억하라’ 사업방식 바꾸면 모두 해결?…요금인상·혈세낭비 우려

기사입력2015-04-13 00:00

경인고속도로 지하화가 민자(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되면 현재 900원인 통행료가 1600원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같은 날 국토교통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과 관련해 통행료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는 총사업비, 건설보조금, 사업위험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며 “특히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통해 발표한 손익공유형 방식(BTO-a)을 적용할 경우 일반 민자사업 방식(BTO) 보다 낮은 요금으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8일 기획재정부는 SOC 건설에서 민간투자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기재부는 시중 여유자금을 SOC투자에 이용할 경우 정부와 민간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의 일반 민자사업 방식(BTO)과 다른 손익공유형 방식(BTO-a) 등 새로운 방식을 적용해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신규추진 가능한 SOC사업 예시

<자료=기획재정부>

기재부가 새로운 사업방식으로 추진 가능한 사업의 예시로 든 것이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의 서부선·난곡선·목동선·우이신설 연장선·위례신사선·위례선 등 6개 경전철 사업, 제주 등 9개지역의 상수관망·정수장 개선사업, 인천 등 7개지역의 하수·폐수 종말처리시설 개량사업에서도 새로운 민자투자방식이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발맞춰 국토부는 8일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을 민자방식으로 적극 검토·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으나, 불과 이틀만에 요금인상 우려가 나오자 부랴부랴 해명에 나선 것이다.

민자사업 하면 요금인상이 즉각 떠오를 이유는 없다. 하지만 민자사업으로 건설된 SOC의 사업자가 지자체를 무시한 채 요금인상을 강행하고, 지자체가 이를 제지하자 소송전을 벌인 것이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1년을 끌다 결국 운영방식이 바뀐 서울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사건 얘기다.

요금인상, 비용부담 우려에 법적분쟁 불씨까지

지하철9호선 전동차 <사진=서울시>

당시 민자사업자였던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2012년 4월 서울시와 요금인상 협상을 진행하던 중 일방적으로 500원의 운임인상 안내문을 부착했다. 이에 앞선 2월 이미 150원의 요금인상을 단행한 이후였기 때문에 시민들의 반발은 컸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이같은 행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애초에 요금을 ‘실시협약’에서 정한 운임범위 내에서 민간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다음 서울시에 신고하도록 한 제도 때문이다. 이는 2005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결정된 사항이다.

당시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서울시도 이번 요금 인상만큼은 결단코 수용하거나 타협해서는 안될 것이며, 2005년 이명박 서울시장의 실시계약 문제점을 전면 감사하고, 지하철9호선의 공영화 검토 등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서울시는 결국 500원의 운임인상신고를 반려처분했고, 시울시메트로9호선은 소송에 들어갔다. 1년여의 소송 끝에 2013년 서울시가 승소하자 다시 항소했고, 2심이 진행되던 중 서울시가 ‘사업재구조화’를 통해 사업구조를 바꾸면서 소송이 취하됐다. 결국 투자자로 참여했던 맥쿼리와 건설출자사 등이 주주에서 손을 떼고 보험사 등 새로운 투자자들이 주주로 참여하며 서울시가 운영을 직접 책임지는 새로운 사업모델이 도입됐다.

지하철9호선 ‘사업재구조화’의 직접적인 계기는 요금인상 문제였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최소수익을 보장해주는 이익보전 구조였다. 2005년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체결된 사업실시 협약에서는 사업자에게 세후 실질사업수익률을 8.9%까지 보장해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 이를 30년의 협약기간동안 변경하지 않기로 했으며,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도 적용해 예상 수익금의 90%까지를 보전해주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예상수익금을 지나치게 높게 잡은 탓에 과도한 비용이 사업자의 수익 보전에 투입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서울시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MRG제도를 통해 818억원을 사업자에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131억원이던 MRG지급액은 2010년 293억원, 2011년 414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참여연대가 요금인상 당시 발표한 성명서에서 “시민들의 혈세로 대기업과 외국계 자본이 대주주인 민자 사업자의 높은 수익을 일방적으로 보장해주거나 보장할 수밖에 없는 특혜 계약”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3년간 서울시가 사업자에 지급한 최소운영수익보장(MRG)금액

단위: 백만원 <자료=서울시>

서울 지하철9호선처럼 ‘사업재구조화’를 진행한 민간투자사업은 그러나 법적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이 지난 10일 개최한 ‘SOC 민간투자사업의 법률문제에 관한 세미나’에서 이승용 변호사에 따르면, 마창대교의 경우 통행량이 부족해 MRG가 과다발생하자 경상남도가 사업재구조화를 요구하고 재정지원을 중단했다. 이에 사업자인 (주)마창대교와 경상남도의 분쟁이 발생했다. 일산대교에서도 마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부산-김해 경전철처럼 소송이 진행중인 경우도 있다.

소송이 다발하는 이유는 당초 사업계획을 잘못 수립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기재부는 ‘민간투자사업 활성화방안’에서 MRG 지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존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재구조화를 통해 MRG를 줄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런 방침이 투자자에게 긍정적으로 보일 리는 없다. 지자체의 요구로 일단 체결한 계약이 중간에 바뀌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는데, 이제는 기재부가 기존 계약의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민간투자사업을 더욱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민간투자사업의 폐해를 줄이는 방안을 동시에 발표한 것이 모순돼 보이는 이유다.